희망의 공간 - 세계화.신체.유토피아, 한울공간환경시리즈 14 한울공간환경 14
데이비드 하비 지음, 최병두 외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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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는 과거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실패의 원인으로 그들이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공간의 재조직화 현상을 간과하였음을 지적한다.

자본주의의 세계적인 분업화 현상은 생산과 소비 공간을 재조직화하였으며 지리적 불균등현상을 야기하였다. 그리고 자본주의에 의한 공간의 해체와 파편화가 이루어진 시점에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자본주의 비판을 교조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것이 되었다. 일견 시대에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하비는 세계화체제 내에서 마르크스주의가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니, 오히려 세계화로 인해 마르크스주의가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차원의 발전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하비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세계화에 주목한다.

첫째, 하비는 자본주의가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에서 자본주의가 가진 혁신성에 주목한다. 자본주의는 수익을 높이기 위한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이동을 시도하고 그 결과 세계적 생산/소비 체계가 형성되었다. 하비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확장이 인간의 창의성을 해방한다고 본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창조해내고 시도한다. 물론 자본주의는 인간의 창의성을 자극하면서 동시에 이를 통제하려고 한다. 하지만 계속적인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정적이기보다는 동적인 존재이며 이러한 인간의 정신적/신체적 운동성은 새로운 가치관을 발견해내기 위해 능동적으로 활동한다.

둘째, 자본주의는 세계 분업체제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노동을 분절화하고 파편화한다. 분절되고 파편화된 공간은 일견 집단주의적 노동운동을 불가능하게 하며 노동의 자본의 종속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의 재조직화는 개인과 환경의 관계를 강화시켰으며 이로 인해 환경과 신체의 유기적 연결은 보다 더 강화되었으며 이로 인해 신체정치의 실현가능성이 높아졌다. 생활임금 운동과 볼티모어의 문이 있는 지역사회 등이 바로 이러한 예이다. “신체정치는 기존 마르크스의주의가 획일적인 세계관에 입각해 혁명적 유토피아 건설에 함몰되었던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하비는 유토피아가 기존 질서와 맥락적 연결을 간과하고 존재하지 않는 곳을 건설하려고 함으로써 지지기반을 상실하였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분절되고 파편화된 공간에서 신체정치가 실현되는 것은 변증법적 유토피아를 건설하는데 적절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하비에게 있어서 자본주의로 인한 세계화 체제는 자본주의의 영구적 승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변태하는 것처럼 자본주의 환경에서의 개인도 이에 적절하게 대응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 차원(혹은 신체적 차원)이 정치가 단순하게 지역적 한계 안에서 집단이기주의(혹은 민족주의)로 성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 특수성을 강조하지만 공통성, 혹은 보편성의 창출은 여전히 큰 의미를 가진다. 다만 하비는 보편성의 창출이 변증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비는 자본주의 속성이 인위적으로 제거되어야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환경이며 변증법적으로 이를 대응하여 공통성, 보편성을 획득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하비는 마르크스가 이루고자 했던 원대한 목표보다는 방법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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