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최초의 인류 김영사 모던&클래식
도널드 조핸슨 지음, 진주현 해재, 이충호 옮김 / 김영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현생 인류에 대한 고고학적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우려를 가지고 시작하였다. 그러나 책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하빌레스, 호모 에렉투스로 이어지는 진화를 밝혀내는 수 많은 학자들의 노력과 탐구, 경쟁과 협력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내가 시험을 위해서 외우기 급급했던 연표 채우기가 긴 시간의 헤매임과 삽질과 허탕과 인내를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나의 사실을 증명해내기 위해서 수 년의 시간을 보낸다는 연구자의 자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고인류학은 그저 확기적인 화석이나 뼈를 발견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무지가 부끄러웠다. 하나의 화석이 가지는 가치는 그 의미를 뒷받침해주는 무수한 화석, 여기에는 유인원 뿐만 아니라 각 종 고대 동식물들의 화석이 다 포함된다, 그리고 해부학, 지질학적 역사와 특징, 자연환경의 변화 뿐만 아니라 시대를 측정해내는 각 종 과학적 방법(예를 들면 루시의 연대기를 측정했던 칼륨-아르곤 연대 측정)까지 총 동원된다는 점도 인상깊었다.
여러 학문 분과와 학자들이 이 작업에 동원되기 때문에 당연히 인간성도 학문 연구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개인이 가진 캐릭터-불성실, 무뢰함, 자만심-가 연구을 방해하기도 하고 거꾸로 포용력, 상호존중, 치밀함이 연구활동을 도와주는 사례도 나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나는 인류학자가 아니라서 리키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현생 인류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로 진화하였는지, 조핸슨과 그 동료가 주장하는 것처럼 오스트랄로피테신에서 아파렌시스를 거쳐 호모로 진화했는지에 대해서 그 무엇을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이 사실을 검증하기 위한 학자들의 에너지에 크게 압도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 화석 발굴 초기 필트다운인 화석을 조작하여 최초 인류 발견의 명예를 가장하려고 했던 사람들의 부도덕성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다.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 이 과정에 개입되었는데 책에서는 그럴 만한 사람과 절대 그럴리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솔직히 몰랐다면 무능한 거고 눈치챘다면 그저 성과에 급급해 모른척했다는 비난을 피하기가 어려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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