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를 먹는 불가사리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
정하섭 지음, 임연기 그림 / 길벗어린이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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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를 먹는 불가사리>는 전쟁때 남편과 자식을 잃은, 깊은 산골 외딴집에 혼자 사는 아주머니가 밥풀을 뭉쳐 만든 인형이 있었는데 그 작은 인형의 이름은 불가사리로 쇠붙이를 먹으면서 자라나, 후에 쳐들어 온 오랑캐를 물리친다는 이야기로 힘찬 터치의 유화풍의 그림이 불가사리의 전설과 잘 어울려 웅장하고, 생동감을 더한다.
 나쁜 꿈을 물리치고 병이 들어오는 걸 막아준다며 굴뚝에 그 모습을 새기기도 했던 불가사리는 고려가 망해 갈 즈음 고려의 서울이었던 송도에 나타나 온갖 쇠를 다 먹어치우고 다니다가 조선이 세워지면서 사라졌다는 상상의 동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불가사리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쇠를 왜 먹었을까?

 불가사리를 만든 아주머니가 전쟁으로 인해 가족을 모두 잃은 점을 보면, 이 작은 인형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아주머니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져 있어 전쟁무기의 주원료인 쇠붙이를 모조리 먹어치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름처럼 죽일 수 없는 동물인 不可殺伊는 아이러니하게도 불로 녹여서 잡을 수 있는 불(火)可殺伊였다. 쇠를 먹으며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원했음에도 권력쟁취를 위해 또다시 전쟁을 일으키는 무리들에 의해 불가사리는 사라진 듯 보였인다. 하지만 어딘가에 살아 있어 언젠가 꼭 돌아올거라는 사람들의 믿음을 통해 다시 이름처럼 영원불멸의 존재인 불가사리가 된다.  

 

 쇠만 먹었지 사람은 해치지 않았고, 자신을 길러준 아주머니를 구하기 위해 불가사리 몸에 불길에 흘러내리는데도 자기 몸을 내던져 구해낸 이 괴물에게 휴머니즘 마저 느껴진다.

 또하나 이 이야기 속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임금)의 속성도 엿보게 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자기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존재(여기서는 불가사리)를 두려워하여 제거하려 하고, 그 제거방법은 정당한 방법이 아닌 흉계 또는 간계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상상의 동물인 불가사리 이야기 속에서 많은 현실과 세상의 모습들이 오버랩이 된다. 아주머니가 조용히 노래를 읊조리며 밥풀을 뭉쳐 인형을 만드는 그 마음으로 나도 한번 나즈막히 노래를 불러본다.

 

밥풀떼기 불가사리야

너는 너는 자라서

쇠를 먹고 자라서
죽지 말고 자라서

모든 쇠를 먹어라

다 먹어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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