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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야 넌 뭘 했니?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3
여을환 글, 윤지 그림 / 길벗어린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본래는 아저씨가 개에게 주려고 한 것인데 여우가 그 살코기를 물고 달아나자 개가 쫓아간다.
여우가 멀리 멀리 도망가 바위틈에 쏙 들어가서 기분좋게 자기몸에 뭘 했냐고 묻는다.
코는 맛있는 살코기 냄새를 맡고, 귀는 개가 쫓아오는 소리를 듣고, 주둥이는 살코기를 꽉 물고 있고
눈은 숨을 곳을 찾아내고, 앞발과 뒷발은 쌩쌩 달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꼬리에게 넌 뭘했냐고 물으니 개가 따라오라고 살랑살랑 흔들었단다.
이에 코, 귀, 주둥이, 눈, 앞발, 뒷발은 창피하다면서 아무 도움도 못된 꼬리를 쫓아내자 그 꼬리를 개가 물어서 꼬부라지고 말았다는 유쾌한 이야기이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책의 겉장과 마지막장에 낮과 밤 풍경 변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 앞에선 살코기를 싣고 오는 트럭을 개가 맞이하는 낮풍경. 불빛이 비춰나오는 집 앞에 텅빈 트럭과 굴 앞의 여우, 앞장 있었던 개가 사라진 이유가 궁금해지는 밤풍경.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그 내용이 바로 이 책의 줄거리이기도 한 것이다.
짧지만 참으로 재미있고 웃음이 나오는 여우의 이야기.
개와 여유의 쫓고 쫓기는 장면에서는 긴장감마저 느껴지고, 여우의 표정이나 행동도 때로는 과장되고 익살스럽게 그려, 내용의 재미를 더한다. '밖으로 쫓겨난 꼬리가 얼른 들어왔지만 이렇게 꼬부라지고 말았대~'라는 어투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마치 꾀많은 토끼가 제꾀에 넘어가 꼬리가 잘려져 꼬리가 짧아졌대~ 식과 같은 전래동화를 연상케 하는데, 이 책의 작가가 옛날이야기를 공부하면서 자기몸과 말을 하는 여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구상했다고 글을 보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치 한편의 구전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눈, 코, 귀, 발, 입 등 각 신체기관의 역할의 특성을 여우의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각 신체기관은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다 해냈지만, 꼬리는 꼬리를 흔들었다는 제 몫을 다 하고도 바보멍청이라고 창피를 당하니...
문득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 [조종]이 떠오른다.
내 몸에 있는 것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주인공은 왼손이 자율성을 가지고 반란을 일으키는 기관임을 알게 되면서 다른 신체와 협정을 하는 이야기인데 [꼬리야 넌 뭘했니?]에서는 자율성을 가진 꼬리가 눈치없는 존재가 되어 결국 쫓기고 말았으니, 생각할 수록 우스울 뿐이다.
앞서 언급한 겉장에서 낮풍경의 여우는 꼬리가 일자로 펴져있고,마지막장 밤풍경의 여우는 꼬리가 꼬부라져있는데, 살코기를 차지하는데 아무 공로가 없어 내쳐진 꼬부라진 꼬리는 여우를 더 여우답게 보이게 해주니,
결국은 꼬부라지고서야 비로소 제 역할을 다하며 존재의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