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언제부턴가 내 맘 속에 뭉글뭉글 꽃피운 소망 한 가지가 있는데 언젠가 내가 쓴 내 책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책 쓰기, 아니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나와 상관 없고 천부적으로 신의 필력을 타고난 작가들이나 책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렇게 생각이 바뀐 것은 내 글쓰기 실력 때문이 아니라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펀딩으로 책 출판 비용을 마련해 얼마든지 1인 출판사가 책을 펴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편집자들은 매의 눈으로 온라인에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숨은 글쟁이들을 찾아내기도 한다.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그 다양성을 더 많은 이와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름을 날리는 작가들이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던 경계가 무너지고 무한한 소재의 책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가 분명하지만 한편으론 정말 ‘개나 소내 책을 낸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일 정도의 책도 인쇄되어 세상에 나오기도 한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책들의 주제는 주로 에세이였다. 힘든 삶을 먼저 이겨내고 그 과정을 글로 풀어낸 에세이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물한다. 우리가 남의 상처와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듯 우리의 삶은 다르면서도 닮아있다.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래, 뭐 그렇다면 나도 정말 내 소망을 현실화할 수 있지 않을까?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일단 써야 하겠지? 그렇다면 주제는 뭘로 하지? 일상생활을 주제로 하더라도 막상 첫 글자를 떼기가 그렇게 힘들고 흰 바탕을 채워 나가기 고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