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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왜 하나? - 빵점 맞은 고만두 열두 명의 실학자에게 물어보다
조은수 글.그림 / 해그림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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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공부 공부해라 공부해야지 공부를 안 하니까 시험 점수가 이 꼴이지!
공부해야 훌륭한 사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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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12년 꼬박 아이들 입에서 나오고 귀로 들이는 단어가 공부다. 그것도 공부 중에 제일 재미없기로 악명 높은 시험공부.
아이들에게 '공부'는 어떤 걸까? 반드시 해야만 하는 거? 선생님이, 부모님이 시키니까 하는 거? 학교라는 세계에서 공부를 통하지 않고 어른이 될 수는 없으니 아마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 정도 일테다. 도서관에 와서 공부와 관련된 어린이 책을 쭉 훓으면 공부 그 자체에 도움이 되는 책도 있고 공부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도 있다. 해그림에서 나온 <공부는 왜 하나?>는 후자에 가깝다.
이 책의 주인공 만두는 시험을 망치고 집에서 쫓겨나 매화빵장수에게 이끌려 '나무꾼과 물고기 도서관'이라 불리는 실학 서당에 당도한다. 서당에는 조선시대 대표 실학자 이익, 김육, 이덕무, 박제가, 유형원, 한백겸, 홍대용, 유득공, 박지원, 백동수, 정약용, 김정희가 한창 공부중이다. 만두는 공부를 즐거이 여기는 이들의 태도에 한번 놀라고 공부하는 이유에 또 한번 놀란다.

누구는 책밖에 모르는 바보여서, 누구는 의심하기 위해서, 누구는 남 주기 위해 공부한다. 실학자 라면 공자왈 맹자왈 하던 공부가 아니라 상업이나 농업 같은 백성의 실생활에 유용한 학문을 연구했겠고, 서자로 태어나 똑똑해도 빛을 보지 못한 신분의 사람들이 다수겠거니 추측해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실학자의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이 책에서 또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일러스트이다. 작가 조은수의 그림은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창비,1997) 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저자 약력을 보니 2003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85인'에 선정되었었다고도 한다. 이 책에서는 신선하고 세련된 다양한 기법을 사용했다. 찍어 누른 듯한 프로타주 기법이나 패턴 페이퍼를 잘라 붙인 느낌을 살리고, 크레파스나 수채화 물감 등을 적절히 섞어 사용했다. 실물 도판 위에 덧칠하는 형식의 콜라주 기법이 눈에 띈다.
이 책의 구성은 입체적이다. 공부를 왜 해야 하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나무꾼과 물고기 도서관이라는 전혀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도서관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까지 여정을 다뤘다고도 할 수 있다. 책 제목은 <공부는 왜 하나?>이지만 나무꾼과 물고기 도서관에서 만나는 이들이 조선시대 실학자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실학자를 소개하는 책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경향신문 [책과 삶]이익·박제가 할아버지, 공부는 왜 해야 하나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3301915535&code=90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