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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뇌 과학, 실천할 땐 워크북 - 우울에 빠진 뇌를 재배선하는 10가지 실천 도구
앨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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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과학책을 즐겨 읽는다. <우울할 땐 뇌과학>은 뇌와 우울증의 관계를 깊이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조망한 책이라 재밌게 읽었다. 책에 나온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가 ‘우울의 하강나선’으로 돌입할 기미가 보이면 실천으로 옮겨야겠단 생각을 했다. 책장을 덮은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안타깝게도 책 내용의 대부분은 내 머릿속에서 살아졌다. 아마 나와 같은 이들이 많았나 보다. 책 내용을 그대로 실습해볼 수 있는 실용서가 새로 나왔단 소식을 들었다. <우울할 땐 뇌과학, 실천할 땐 워크북>이 바로 그것이다. 뇌에 대한 지식으로 빼곡했던 전작에 비해 이 책은 크기가 커졌고, 빈칸이 많이 보였다. 빈칸에 직접 글을 쓸 수 있게 해놓은 거다. 책은 불안증이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설문지와 현재 감정과 신체 증상을 살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 등 현 상황을 진단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뇌의 활동을 도울 활동일정표, 몸 움직이기에 좋은 일상 활동 리스트도 있고, 운동할 때 들을 만한 노래나 팟캐스트 채널을 직접 골라 적어넣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뇌를 긍정적으로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내게 도움이 된 것은 <5장 잘 자기> 부분이다. 몇 년 전부터 낮밤이 바뀌어 대낮에 졸려서 낮잠을 자면 밤에는 피곤한데도 잠이 오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책에 나온 대로, 잠들기 전 최소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하는 일을 체크해보았다. 침대에서 전화 또는 노트북 사용하기, 아주 늦게 자자리에 들기, 취침 시간과 기상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점 등 나 스스로 고쳐야 할 점이 아주 많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책은 낮에 햇볓을 쬘 것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수면일기양식을 올려놓고, 이를 QR코드를 스캔해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이 좋았다. 당장 바쁜 일이 끝나면 곧바로 일기를 작성해볼 생각이다.


살면서 누구나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기분에 빠질 수 있다. 그럴 때 이 책은 등대처럼 부정적인 기분에서 빠져나올 방향을 제시하고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줄 것이다. 누구든 이 책을 침대머리맡에 올려놓고 수시로 펼쳐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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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죽음 -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현실적 조언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지음, 박종대 옮김 / 다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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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물론 징후가 있었겠지만, 가족 간에 소통이 잘되지 않았고 나를 비롯한 자식들은 모두 출가를 터라 아빠의 병이 깊어지고 있음을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젊은 시절 권위적이고 때론 강압적인 모습으로 식구들을 대한 탓에 아빠를 생각하면 불안, 공포, 답답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따라왔다. 아빠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내겐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아빠가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황망함에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창피한 줄도 몰랐다.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슬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향년 59세. 아직은 젊은 나이였다. 장례식장에서, 왜 몸이 아프다는 걸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은 건지, 젊은 아빠 사진을 보며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대답할 아빠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아빠는 죽음과 함께 그동안 잘못했던 기억을 모두 다 가지고 사라진 건지, 내겐 잘해주었던 기억, 고생하던 아빠 모습만 가슴에 사무쳤다. 죽음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더라면, 영원히 이별하기 전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후로 나는 죽음에 관심이 많아졌다. 어느 날 소중한 사람들이 갑자기 내 곁을 떠날까봐 두려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12년이 흐르는 사이, 죽음은 내게도 닥쳐올 현실이란 걸 알게 됐다. 나도 언제든 죽을 수 있음을, 살아있는 한 죽음은 늘 내 곁에 있음을,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점점 피부로 느끼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가 나이 일흔이 넘으면서 눈에 띄게 몸이 노쇠해졌다. 아빠의 황망한 죽음을 엄마에게도 겪지 않으려면 무엇이든 준비를 해야 했다. 나는 죽음에 대한 책과 글을 기회가 될 때마다 찾아 읽게 되었다.

<낯선 죽음>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지음, 박종대 옮김, 다봄 펴냄)도 그런 과정에서 읽은 책이다. 책 표지의 제목 아래에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부제를 써 놓았다. 탄생에 대해선 많은 정보가 알려져 있지만 죽음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터부시하며 죽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길 꺼린다.

이 책은 ‘죽음’을 전면에 내세워 그 과정을 샅샅이 들여다본다.. 신체적인 죽음이란 어떤 의미인지, 왜 죽는지, 죽음을 어느 곳에서 맞이하는 것이 좋은지, 평화로운 임종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조목조목 알려준다. 특히 임종 단계에서 죽음을 앞둔 이들은 어떤 신체와 정신 상태가 되는지, 의학적인 지식으로 알려줌으로써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돕는다. 전문가가 쓴 글이지만 내용은 어렵지 않다. 중학교 이상의 지식 수준을 가진 이라면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죽음’을 환자와 그 가족 입장에서 바라보고 기술했다는 점이다. 한 번은 맞이할 죽음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실제적인 항목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임종을 앞둔 환자를 관리할 통합적인 의료-복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독일과 우리나라의 의료-복지체계가 다른 점이 많아 이 책에 나온 대로 실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지역 사회 안에서 환자와 가족 위주의 임종 과정을 거쳐 환자가 원하는 방식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노후와 죽음을 마냥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죽음이라는 ‘사건’에 대해 실제적인 지식과 과정을 얻고 싶다면 이 책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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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엄마 맞아? (반양장) - 웃기는 연극 움직씨 만화방 1
앨리슨 벡델 지음, 송섬별 옮김 / 움직씨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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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관계는 미묘하다. 마냥 편하게 대하기엔 어쩐지 거리감이 있다. 앨리슨 벡델이 아버지를 중심으로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펀 홈, 가족 희비극>을 읽고, 책 속 작가와 엄마의 어색한 관계가 인상에 남았다.

 

그런데 최근 엄마와의 관계를 되돌아본 <당신 엄마 맞아? 웃기는 연극>이 새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책을 집어 들었다. 전작 <펀 홈>만큼이나 이 책 역시 문학 작품(버지니아 울프)이 곳곳에 인용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아동분석가인 위니캇의 상담사례와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 등 정신분석에 대한 풍부한 내용이 책 전반에 등장한다.

 

작가 본인이 두 명의 상담사와 10년이 넘도록 상담하는 과정, 아버지에 대한 전기(<펀 홈>)를 쓰기 위해 엄마와 통화하는 내용, 어린 시절의 기억 등 여러 사건이 교차하며 전개되는 독특한 방식이 흥미롭다. 멀찌기 떨어트려 놓았던 어린 시절의 불편한 기억을 마주하며 엄마와 자신의 관계를 해석을 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불안해하기도 하고, 회피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끝내 힘든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과거 자신과 어머니의 관계에 직면하려 애쓴다. 레즈비언 정체성도 숨기지 않는다. 레즈비언 만화 그리는 일을 하면서 엄마에게 작가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엄마는 네 얘기를 친척들이 떠들 걸 생각하니 끔찍하구나라고 말한다. 벡델은 끝내 눈물을 쏟으며 처음으로 먼저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책에 이렇게 적는다. “내가 엄마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이 다만 엄마에게 있지 않을 뿐이었다. 그건 엄마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걸 엄마로부터 끌어내지 못한 것도 내 잘못은 아니다. 전화를 끊으면서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234-235)

 

 

 

그의 이런 힘이 <펀 홈><당신 엄마 맞아?>와 같은 위대한 작품을 탄생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성소수자인 아버지의 일대기를 담은 <펀홈>은 출간 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주요 언론 매체에서 주목할만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책은 벡델이 엄마와 절름발이 아이놀이를 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작가는 그 순간이 엄마가 자신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준 순간이라고 줄곧 생각해왔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적는다. “내 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것이 있다. 결핍과 간극과 공백이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어머니는 내게 다른 것을 주셨다. 아마도, 훨씬 더 값진 것. 그녀는 내게 출구를 주었다.” 그리고 벡델은 이 내용과 함께 엄마와 자신이 노는 모습을 위에서 바라본 장면을 그려 놓았다. 벡델이 정신분석 과정을 통해, 그리고 이 책을 만들면서 엄마와 자신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만큼 마음의 키가 자랐음을, 성장했음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엄마와 딸의 애증 관계에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이 장면에서 뭉클한 감동과 희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내게 출구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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