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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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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이 담긴 글들. 새해 새 마음으로 삶과 주변을 돌볼 수 있게 해주는 글 아껴서 읽고 있습니다. 언제나 배움을 주는 글 써주셔서 독자로서 감사해요! 아끼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고픈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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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마북 - 할머니의 삶을 기록하면 가장 소중한 책이 된다 마더북
엘마 판 플리트 지음, 반비 편집부 엮음 / 반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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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는 올해 일흔한 살이다. 엄마와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는 편이지만 늘 통한다고는 볼 수 없다. 엄마와 나는 과거의 일, 특히 아빠에 대한 기억과 입장이 꽤 많이 다르다.

 

10여 년 전 돌아가신 아빠를 엄마는 아직도 원망한다. 아빠의 직장을 자주 옮기고 바람을 피우는 등 속을 많이 썩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겐 엄마의 원망이 곱게 들리지 않는다. 아빠는 남편으로서는 엉망이었을지 모르나 아버지로서는 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엄마의 푸념이 더 듣기 싫은 데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에게 지겹도록 아빠 욕을 들어온 탓도 있다. 30년 넘게 이어지는 엄마의 똑같은 레파토리를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넘겨버린다. 작년 엄마가 일흔이 된 후부터는 가끔 , 언젠가는 엄마의 푸념도 그리울 날이 올 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귀에서 튕겨버리는 것도 습관인지, 쉽게 엄마의 말은 내게 와 닿지다.

 

<그랜마북>은 손주가 할머니에게 하는 질문과 빈칸으로 이뤄진 책이다.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가 된 지금, 개인적인 삶과 노년 이후의 삶, 꿈과 소망에 대한 질문이 책에 가득하다. 그동안 무수히 엄마와 대화를 해왔지만, 이 책의 빈칸 중 내가 채울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엄마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이 빈칸들이 내게 공허함과 후회로 밀려올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이 일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작정을 하고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기로 했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처녀 때 빵집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5월의 어느 저녁, 나는 엄마에게 그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그날 엄마는 50분 가까이 말을 멈추지 않았다. 열다섯 살부터 스무 살까지, 빵집 딸들과 함께 먹고 자고 하면서, 딸들이 학교 간 사이 자신은 빵집에서 빵을 판 이야기. 자신과 위아래로 한 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 주인집 딸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갈 때 부럽지 않았는냐고 묻자, 엄마는 전혀 부럽지 않았다고 했다. “빵집에서 일하기 전에 어릴 때부터 남의집 농사일을 하도 많이 해서, 빵집 일은 일 같지도 않았어. 월급 따박따박 주고, 밥도 주인아주머니가 해주시고, 나는 정말 대접받는다고 느꼈지.” , 우리 엄마에겐 학교란 남의 세상 이야기였구나.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집에 돌아와 엄마의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한글파일에 정리를 해보았다. 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엄마는 단 한 번도 아빠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야기를 마치고 엄마네 집에서 나오던 순간, 엄마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환했다. 홀가분해 보이기도 했다. 엄마는 내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랜마북>을 발판 삼아 엄마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해보고 싶다. 나이 든 엄마와 한 발 가까워지게 하는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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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야나부 아키라 지음, 김옥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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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이후 서양 이론이 우리나라에 대거 들어온 것은 대부분 일본을 통해서였다. 일본은 일찌감치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학문의 개념어들을 일본어로 재빨리 번역했다. 동서양은 서로 다른 문화를 형성해온 만큼 사용하는 언어가 무척이나 달랐다. 일본은 이를 이해한 뒤 번역하기보다 관념을 모방했다. 무수히 많은 번역된 개념어가 일본어로 탄생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 시기의 번역된 일본어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다.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과학, 정치, 철학, 사회, 문화라는 말도 일본이 만들어낸 말이다. 우리는 일본이 번역한 단어의 음을 읽기만 하면 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생략된, 서양어의 번역과정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저자인 야나부 아키라는 번역어와 비교문화론 석학으로 여러 권의 번역에 대한 이론서를 펴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회, 개인, 근대, , 연애, 존재, 자연, 권리, 자유, , 그녀열한 단어의 번역어가 일본 근대 서적에 어떻게 번역되어왔는지 찾아내 그 의미와 변천사를 다룬다.

 

먼저 사회로 번역된 ‘society’라는 말이 일본에 건너왔을 때, 일본에는 이에 해당하는 고유어가 없었다. 즉 이에 대응할 만한 현실이 일본에 없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처음에 society는 모임, 집회, 동료, 교제, 일치, 조합, 동아리, 인간교제, 사귐, 나라, 세상사람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되었다. 이후 라는 두 한자를 이어 사회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사회라는 번역어가 생겨난 이후, 사람들은 사회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사회가 형성되기 이전에 사회라는 말이 먼저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연애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연애바다 건너 수입된 관념이라고 말한다.

 

“‘연애의 유행은 맨 먼저 연애라는 말의 유행으로 나타났다. 그런 다음 얼마 후에 이 말에 고무된 젊은 살마들 사이에서 연애라는 행위의 유행으로 퍼져 나갔다.”(127)

 

말이 먼저 생겨난 뒤 행위가 뒤따랐다니, 뭔가 앞뒤가 바뀐 느낌이다. 어쩌면 우리가 실제 사회를 경험하기보다 먼저 단어로 사회를 이해한 것과 비슷한 원리일 수 있겠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단어들의 의미를 새삼 되짚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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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이철희의 정치 썰전 2
이철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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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흔한 살인 엄마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요즘이 제일 맘 편하고 즐겁다고 자주 말씀하신다. 엄마는 특별히 아픈 데가 없고 드시는 약도 없다. 아직 건강하다. 혼자 사시니 특별히 챙겨야 할 누군가도 없다. 자유롭다. 그러나 이것 만으론 엄마의 만족감을 설명할 수 없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엄마는 생활이 늘 쪼들렸다. 다달이 자식들이 주는 얼마 안 되는 용돈과 20만 원도 안 되는 국민연금으론 친구들과 만나 근사한 식사 한번 하기도 버거웠다. 겨울에 보일러는커녕 전기난로도 맘 놓고 못 틀던 엄마가, 난방으로 전기세 5만 원이 나와도 맘이 편해진 건 기초연금으로 25만 원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월엔 30만 원으로 올라 엄마의 입꼬리는 더욱 올라갔다. 엄마는 이게 다 대통령을 잘 뽑은 덕이라 여긴다. “내가 대통령 하나는 잘 뽑았지.” 엄마의 자부심이다. (이게 박근혜의 공약이었단 걸 엄마에게 말해주려다 말았다.)

 

정치평론가이자 현 국회의원인 이철희 씨가 <정치가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까?>를 펴냈다. 제목에 답하자면, 적어도 우리 엄마의 삶은 바뀌었다. 그것도 꽤 크게. 하지만 그 이외의 영역에선 정치와 삶에 어떤 연결점이 있는지 딱히 찾지 못하겠다. 어쩌다 관심 있는 주제가 있어 정치인들이 나오는 토론회라도 볼라치면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채널을 돌리게 된다. 모든 주제를 정치적인 정략으로 해석하는 정치인들의 행태와 특권을 누리는 데 익숙한 듯 국민 앞에 호통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나의 이런 태도는 이 책에 의하면 반정치의 정치에 영향을 받은 탓이다.

 

정치에는 2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거나 못하도록 하는 정치다. 정치는 나쁘고 더럽고, 유해하다는 전제하에 정치의 영역을 축소하는 것이다. 그래서 반정치의 정치라고 부른다. 또 하나는 시장의 불합리성과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 정치가 개입하는 것이다. ‘11의 민주주의를 통해 ‘11의 자본주의를 조절하는 장치다. 이는 반시장의 정치라고 부를 수 있다. 크게 보면 반정치의 정치가 득세하는 나라는 보통 사람들의 삶이 어렵다. 반면 반시장의 정치가 득세하는 나라는 보통 사람들의 삶이 편하다.”

 

내가 반정치의 정치정서를 갖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정치란 존재하지 않는 까닭에 정치는 숙명적으로 실망을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갖는 특권에도 불만이 많다. 게다가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의회에서 토론하고 다투는 건 당연한 일인데 내겐 마냥 시끄럽고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내가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 건, 저자의 ‘11‘11를 비교해놓은 대목 때문이었다.

 

시장의 논리인 11표에 비해 정치의 논리인 ‘11는 부자에게 불리하고 서민에게 유리하다. 부자는 소수고 서민은 다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를 통해 서민의 이해가 많이 반영될수록 시장의 강자인 기업과 부자들로서는 손해를 보기 쉽다. (중략) 결국 반정치의 수혜자는 현실 정치인과 그 경쟁자들이고, 피해자는 유권자다. 정치 혁신은 반정치론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정치 관심론, 즉 유권자들이 문자 그대로 권력을 가진 시민으로서 잘 지켜보고 평가하고 상벌로 심판할 때 이루어진다.”

 

이철희는 35년 가까이 정치와 관련한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전문가답게 책에는 정치 이론과 다양한 정치인, 경제인들의 주장, 정당과 의회가 돌아가는 원리 등 정치에 대한 이야기로 빼곡하다. 처음 접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단어와 적절한 예시를 사용해 읽기에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내용까지 가볍진 않다. 천천히 읽다 보니 책의 4분의 1은 아직 읽지 못했다. 워낙 낯선 내용이라 한 번에 머릿속에 넣기도 버거웠다. 그래서 책의 맨 위쪽 빈칸에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적어두었다. 적어도 선거철이 오면 내가 손수 적은 문장이라도 다시 읽으며 정치에서 멀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싶어서다. 이 책을 나처럼 정치에 무관심하지만 우리 엄마처럼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이 읽고 공부했으면 한다. 최소한 그놈이 그놈이야라는 말을 쉽게 하거나 소중한 “11의 권리를 포기하지는 않을 테니까. 책을 읽고 나니 내 한 표가 새삼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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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거니즘 만화 - 어느 비건의 채식 & 동물권 이야기
보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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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 채식에 관한 책을 읽은 뒤 2년 동안 고기를 끊었다. 30대엔 이따금 외식으로 돈가스나 갈비를 먹었다. 그래도 집에선 고기로 요리를 해 먹진 않았다. 그런데 결혼한 뒤론 냉동실에 삼겹살이나 양념 고기, 돈가스 등 고기를 늘 쟁여두게 되었다. 한번 채식을 한 터라 돼지고기나 치킨을 먹을 때면 늘 죄책감이 들었지만 고기에 길든 입맛, 조리의 간편함, 냉동실에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편리함 등 고기의 이점을 놓지 못했다. ‘나 정도면 많이 먹는 건 아니니까’ ‘채소 챙겨 먹을 시간이 없어라고 합리화하며 죄책감을 애써 털어냈다.

 

몇 달 전 글쓰기 수업에 한 수강생이 소와 돼지들이 도살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참혹한 모습을 글로 써왔다. 그날 이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채식이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고, 내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걸 알지만 선뜻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

 

채식은 일종의 가치관이라 주기적으로 재주입이 필요하고, 의식적으로 다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게도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끼며 머뭇거리던 나날 중, 이 책 <나의 비거니즘 만화>을 만났다. 책 표지엔 주인공인 여자아이가 가슴에 두 손을 모은 채 당근과 버섯, 잎채소들에 둘러싸여 눈을 감고 있었다.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서. 그림 자체로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책 표지엔 비닐코팅이 되어 있지 않았다. , 이 책 뭔가 심상치 않겠구나, 생각했다.

 

책은 담백한 그림체와 함께 채식과 고기로 길러지는 동물, 환경 전반에 대한 내용을 53개의 에피소드 안에 충실하게 담았다. 그림과 글 어느 것 하나 치우침 없이 적절히 서로를 보완한다. 대개 채식주의와 환경 관련한 책을 읽으면 마음이 괴롭다. ‘동물권이야기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그 부분을 정면으로 상세히 다룬다. 죄책감과 미안함이 느껴지지만, 이 책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비건 친구들과 하루를 보내며 충만함을 느끼는 이야기, 우울증이 나아지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되 찾는 찡한 이야기, 중고 옷가게에서 한정판옷을 고르고 마트에 장바구니를 가져가고 음식을 남기지 않는 등 지극히 보통의 일상을 살며 작은 점 같은 노력은 촘촘히 엮여 언덕만 한 융단이 되어 커다랗게 반짝일어느 날을 기다리는 주인공의 소소한 이야기가 감동적이면서 아름답게 느껴진다. 동물권에 대한 지식과 비건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도 가득 담겨 있다.



 

한 번이라도 채식에 대해 생각해 보았거나, 육식을 하며 부담감이나 죄책감을 느꼈거나, 나처럼 채식을 하다가 다시 육식을 하며 부채감을 느끼는 사람, 채식을 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사람, 그리고 지금 채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육식을 신봉하는 사람을 채식하게 만드는 건 몹시 어렵다. 그러니 관심 있는 사람이 먼저 이 책을 읽고 만화 속 주인공처럼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채식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조금 더 마음을 다잡고 선택을 굳건히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에서도 비건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채식하기 좋은 세상이 점점 다가온다. 다른 생명을 일평생 괴롭히다 급기야 생명을 빼앗는 일도 같은 속도로 줄어들면 좋으련만. 이 책을 읽으며 생명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계를 꿈꿔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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