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관계는 미묘하다. 마냥 편하게 대하기엔 어쩐지 거리감이 있다. 앨리슨 벡델이 아버지를 중심으로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펀 홈, 가족 희비극>을 읽고, 책 속 작가와 엄마의 어색한 관계가 인상에 남았다.
그런데 최근 엄마와의 관계를 되돌아본 <당신 엄마 맞아? 웃기는 연극>이 새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책을 집어 들었다. 전작 <펀 홈>만큼이나 이 책 역시 문학 작품(버지니아 울프)이 곳곳에 인용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아동분석가인 위니캇의 상담사례와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 등 정신분석에 대한 풍부한 내용이 책 전반에 등장한다.
작가 본인이 두 명의 상담사와 10년이 넘도록 상담하는 과정, 아버지에 대한 전기(<펀 홈>)를 쓰기 위해 엄마와 통화하는 내용, 어린 시절의 기억 등 여러 사건이 교차하며 전개되는 독특한 방식이 흥미롭다. 멀찌기 떨어트려 놓았던 어린 시절의 불편한 기억을 마주하며 엄마와 자신의 관계를 해석을 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불안해하기도 하고, 회피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끝내 힘든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과거 자신과 어머니의 관계에 직면하려 애쓴다. 레즈비언 정체성도 숨기지 않는다. 레즈비언 만화 그리는 일을 하면서 엄마에게 작가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엄마는 “네 얘기를 친척들이 떠들 걸 생각하니 끔찍하구나”라고 말한다. 벡델은 끝내 눈물을 쏟으며 처음으로 먼저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책에 이렇게 적는다. “내가 엄마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이 다만 엄마에게 있지 않을 뿐이었다. 그건 엄마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걸 엄마로부터 끌어내지 못한 것도 내 잘못은 아니다. 전화를 끊으면서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234-2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