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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자서전 동행 - 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
이희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계속 살다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야 '경상도 지역주의 폐해'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전라도놈들은 사기꾼, 못 믿을 놈들, 간 빼먹는 인간들'이라고, '김대중은 빨갱이가 확실한데 저 놈의 전라도놈들 때문에 눈치보느라 아직까지 살려둔 것이다'라고 어른들에게 수없이 얘기 들었습니다.
1987년 대통령선거때는 전봇대에 붙인 노란색 김대중후보의 포스터는 어딜 가나 쫙쫙~ 찢어졌었지요. 그리고 '김대중이 되느니, 차라리 노태우가 낫다'라는 말도 종종 들었습니다.
87년의 후보단일화 실패와 그 이후의 여러 번에 걸친 갖가지 일들로 인해 사람들이 가졌던 김대중씨에 대한 환상은 많이 깨졌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역사에서 노력하며 살았던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한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그를 평가하고 싶습니다.
남자들이야 워낙 고집이 세고 나이들어도 철이 안 드는 종족(?)이라 어느 집이든 여자들이 고생하곤 하는데, 그의 부인인 이희호씨도 책 읽어보니 파란만장하게 사셨더군요.
어린 시절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하는 과정을 볼 때는 '그럼 그렇지, 역시 있는집 자식이었구만!' 싶었는데, 어쩌면 잘 나가는 사람 만나서 인생 편하게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었지만 본인이 자처하여 김대중이라는 사람과 결혼을 결심하고 이후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면서 원칙을 세워나가는 모습이 아름답더군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퍼스트레이디는 너무 잘 났거나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지만 속으로는 여우같이 온갖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기고 이권에 개입하는 등 부정적인 면이 많아 '남편들 닮아 저런가보다' 싶었는데 적어도 이희호씨처럼 하면 남편들도 아내를 겁내할 것같습니다.
하긴... 사람 관계라는 것이 너무 친하면 막나가기 쉬운 법!
남편도 아내를 어느 정도 무서워하면서 거리를 두고, 아내도 남편의 일정 부분을 두려워하고 인정하는 모습이 좀 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부디 앞으로도, 그리고 이 세상 떠나는 그날까지 추하거나 망가지지 마시고 지금 모습 그대로 아름답게 간직해가셨으면 합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부부가 잘 살아가는 법'과 '아이들을 잘 키우는 법'에 대한 책들도 써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공부도 많이 하시고 고민도 깊고 경험도 다양하시니 요즘처럼 부부간의 충돌이 잦고, 아이들과 부모가 어울리지 못하는 시대에 좋은 지침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