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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타이거즈와 김대중
김은식 지음 / 이상미디어 / 2009년 4월
평점 :
<한겨레>에 소개된 서평을 봤을 때는 '또 궁색맞은 책 한권 나왔나보구나' 생각했다가 이상하게 계속 머리 속에 떠올라 주문했다. 그리고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나도 1973년생이고, 92학번이고, 대학시절 '서태지'보다 '왜 우리나라 어른들은 솔직하지 못하고, 거짓된 것을 진실로 알라고 잘못 말하고 강요하는 것일까?' 고민했었다.
꽤 괜찮은 학교에 들어갔었는데 1학년 3월 수업을 들어봤더니 '그 수업이 그 수업'이고, 대학은 좀 다를 줄 알았더니 '성적 잘 받으려면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을 토씨하나 놓치지 않고 모두 베껴적었다가 그대로 답안지에 적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엄청 절망했었다. 하지만 수업 빼먹고 폼 잡는 건 싫어 수업은 들어가되 뒷자리에 앉아서 내가 보고 싶은 책 봤었다...
부모님은 경남 밀양 출신이고, 나는 부산이 고향인데 어릴 때부터 그곳 사람들이 롯데 자이언츠에 미쳐 사는 게 참 싫었었다. 롯데를 응원하지 않으면 마치 빨갱이 취급하는 건 더 싫었었다. 그래서 MBC 청룡 좋아했다. 내 주위에서 유일하게...
해태 타이거즈... 정말 잘 했던 팀으로 기억한다. 얄미울만큼. 하지만 전라도 사람들이 그 팀에 올인하는 것도 싫더라. 적당해야 하는데, 경상도의 롯데만큼 하는 것같더라.
대학 1학년 봄 답사로 전남, 광주 지역을 갔는데 난생 처음 광주 가보고 그렇게 촌스런 도시나 호남 제일의 도시라는 것이 믿지기 않았다. 부산이나 울산과는 아예 비교가 안 되고, 마산, 창원, 진주보다 훨씬 못하더라. 뭔 놈의 대도시가 높은 건물 하나 보이지 않더라.
답사코스 중의 하나로 518 묘역에 갔었는데, 와~ 충격 그 자체였다. 정말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었나 싶더라. 고향 어른들은 '광주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건 전라도 깽깽이들이 지어낸 말이다'라고 했었으니까.
돌아와서 518을 앞두고, 과 차원에서 선배들이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촬영한 불법(?) 테이프를 틀어주길래 봤는데 머리통 완전히 박살나고 총구멍이 다 보이는 장면들이 장난 아니었다. 역시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의심했던 대로 '우리나라 어른들은 거짓말쟁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1992년 겨울의 대통령선거 때 '범민주단일후보 지지'입장이어서 김대중씨 선거운동했다. 그거 하다가 친구들이 경찰에 잡혀갈 뻔도 했는데 주변의 민주시민(?)들이 강력하게 항의해서 다행히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 유세갔다가 민자당에서 동원한 깡퍠들이 인상 험하게 쓰고 있는 모습 보면서 '역시 우리나라의 관권 선거의 힘은 막강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정치는 현실이다'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1995년의 정계복귀와 1997년의 DJP 연합도 긍정적으로 이해했었다. 공자, 맹자처럼 좋은 말만 하는 이들은 현실 정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책 속의 이야기들일뿐이니까.
그치만 1987년의 후보단일화 실패와 정치과정에서의 여러 사건 및 일들에 대한 김대중씨의 솔직한 답변과 국민들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한 사례가 없기에 지금은 어렵더라도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회고록 등의 형태로 반드시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정치인들이야 국민들의 사랑과 지지, 푼돈 받아서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니.
1973년생 저자가 쓴 글을 1973년생으로서 읽으니 잊고 지냈던 옛날 생각도 났지만 전혀 모르는 부분도 많더라. 하긴 살던 곳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같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다음에는 '롯데 자이언츠와 김영삼' '삼성 라이온스와 노태우' 같은 것도 한번 써봐라. 그때 그 지역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 심리를 알고 싶다... 으... 지역감정,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