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너드 케인스 세트 - 전2권 - 경제학자.철학자.정치가
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 고세훈 옮김 / 후마니타스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언론에서 하도 '케인스' '케인스'하길래 예전에 들어는 봤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했고 세계사적으로는 어떤 의의를 가지는지 알지 못해 궁금했는데 '압도적인 분량(!)'의 이 책을 접하고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결론은... '한국에서 이런 종류의 경제학자는 나올 수 없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오랜 기간의 동성애만 해도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는데 이성과 결혼까지 했으니 '더 혐오스럽게 인식'될 것이고, 잘 사는 집안에서 똑똑한 머리를 타고 났으니 보통 사람들에게는 '재수없는 놈'으로 느껴질 것이며, 자기주관이 뚜렷하고 내세우는 주장의 근거를 폭넓은 철학, 정치, 경제의 바다에서 건져올려 얘기하니 '너무 잘난 체하는 듯'하여 수많은 안티를 만들었을 겁니다. 

좌우상하를 가리지 않는 싸가지 없는 태도는 유시민을 떠올리게 하고, '네이션'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기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모습은 강준만과 비슷하며, '우파는 꼴통이고, 좌파는 세상물정 모르는 애숭이들이다'라는 언급은 지금은 한국 사회에서 사라진... 해방전후의 중도세력을 생각나게 하네요. 

케인스를 모르는 우파는 그를 '좌파'라고 하고, 케인스를 모르는 좌파는 그를 '우파'라고 하니 그는 한 사람인데 평가는 왜 이리 극단적으로 나뉠까요?  

하지만 현 체제의 옹호, 노조와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경멸, 공공정신 없는 애국주의 비판 등의 기본적인 모습은 조심스레 그를 '중도우파' 정도로 구분할 수 있을 듯한데, 그렇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부를 통제해야 하고 현 상태의 극단적인 대립과 붕괴를 야기하는 고리타분한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개편주장은 흔히 한국사회에서 이야기되는 '우파'에서는 보기 힘든 주장들이지요.

경제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니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칼 맑스의 '자본론',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 이론'을 모두 읽어야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흐름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같아 '국부론'과 '자본론' 책부터 샀으나 아휴~ 내용이 장난이 아니라 읽다가 중단하고 케인스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 인물에 대한 전기를 편지 하나하나까지 인용하고 분석할 정도로 치밀한 구성과 전개를 펼치는 저자의 능력에 질렸고, 우리말도 아닌 영어를 번역하기 위해 몇년동안 파묻혔을 번역자도 사람같이 안 보입니다. 뭔 놈의 책이 900 페이지가 넘으니 처음에는 어찌나 진도가 안 나가던지... 그래도 독기를 품고 보기 시작하니 갈수록 속도가 붙네요. 

물론 케인스나 저자나 역자가 공부했던 학문의 깊이나 사상수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기에 대략 읽고 넘어간 부분도 있고 잘못 이해한 경우도 있겠으나 케인스를 통해 현재를 되돌아보고 미래의 올바른 비젼을 만들어가는데 소중한 경험이 될 것같습니다.

그냥 글로 보지 말고 '내가 이때 케인스라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했을까?' 대입해보면 보는 재미가 더 생기더군요. 이 정도의 폭과 깊이를 가진 인물을 육성한 영국이라는 사회가 참 대단해보입니다. 우리 사회는 언제쯤 이런 인물을 용납할 수 있을 정도가 될까요? 

'문제될 것이 없는데, 눈치볼 필요가 없지'라는 케인스의 말이 뒤숭숭한 요즘의 한국 사회에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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