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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을 가져오너라 - 일간지 기자 열한 명의 중국 선종사찰 순례기
김석종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2007년과2008년 봄, 조계종 중앙신도회에서 선어록을 공부하던 70여분의 스님과 신도님들이 중국 선종사찰 순례를 다녀올때 동행했던 일간지 종교 기자님들이 쓴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중국선사의 일조 달마선사부터 6조혜능선사까지, 그리고 그 뒤를 이은 간화선 선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멀고, 먼 고단한 길을 순례하면서 느낀 깨달음을 적어 놓았는데, 책표지를 보면서 겸허해지고, 펼쳐 읽어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읽어 가면 갈수록 죄스럽고, 책을 닫으면서, 책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불교에 무지함을 느끼며, 소림사라 함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림무술을 하는 수도승및 무술인을 생각했는데, 달마선사와 인연이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선종의 시조로 한국에서도 위대한 스승이자, 진리를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달마선사의 첫 등장은 양무제의 만남으로 시작되었는데.
"짐은 수많은 절을 짓고, 경전을 간행했으며, 또한 수많은 불교교단을 후원했다. 이 정도면 어떤 공덕이 있겠는가?'
"공덕이 없습니다."
"무엇이 불법의 근본이 되는 성스러운 진리인가?"
"진리는 텅 비어서 성스럽다고 할 것이 없습니다."
"도대체 내앞에 선 그대는 누구인가?"
"오직 모를 뿐입니다."
불교의 진리를 논리적, 단계적으로만 이해하는 양무제에게 주객의 차별과 범성의 분별이 끊긴 선의 세계를, 즉 말길이 끊어지고, 생각의 길이 끊어진 자리에서 곧바로 여래의 경지로 나아가는 깨달음임을 장군죽비로 내려치는듯 가르침을 준다.
이조 혜가선사가 달마선사를 만나서 주고 받은 안심법문은
"제 마음이 불안합니다. 편안케 해주소서."
"마음을 가져오너라. 편안케 해주리라."
"마음을 찾아도 찾을 수 없습니다."
"너의 마음을 이미 편안케 했노라. 너는 보는가"
몇몇제자가 각자의 깨달음을 말하였다,
달마스승은 어떤제자에게 내 가죽을 , 내 살을, 내 피를 얻었노라고 말했다.
하지만, 혜가는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을 못하고 서 있기만 했다.
달마스승은 기뻐하며 말하길,
"너는 내 골수를 얻었노라."
이로써 중국 선종의 이대 조사로 혜가가 되었다.
이 책에서 여러 감명깊은 스승과 제자와의 인연들중에 혜가선사의 깨달음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혜가선사는 40이 넘은 나이에 출가했는데 진리를 구하지 못해 인도에서 스승을 찾아 중국으로 왔으나, 달마선사는 9년간 면벽 참선에 몰두하여 반응이 싸늘했다. 달마굴 앞에 꿇어 앉아 스승의 시선을 구하길 사흘 눈이 내려 혜가선사의 몸이 눈 속에 덮였음에도 달마선사는 그를 외면했다.
늦깍이 출가자들은 어려서 동진 출가한 올깍이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인생의 쓴맛을 알고 삶의 무게에 눌려 치열한 고뇌와 번민속에서 속세를 헤매다 절망과 나락의 끝자락에서 손을 내뻗어 절규한다. 그만큼 생과 사를 걸 정도로 절박함이 배어 있다.
그래서, 그는 왼 팔을 잘라 붉은 피를 눈 위에 뿌려 달마선사의 시선을 잡을 수 있었다.
안심법문으로 깨닫고, 수제자가 되었다.(본문44p-45p)
우리 어리석은 중생들은 과연 깨달음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 수 있을까? 없겠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깨달음을 알게 되고,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할것 같았다.
내마음이 더러움과 추함으로 가득하니 어찌 선함을 깨달음을 받아 들 일수 있겠는가
삼조사를 방문하여, 삼조사 방장 콴롱스님이 멀리서 귀한손님이 오셨다고, 겉치레적인 답례품과 다과를 준비했다. 콴롱스님의 선에 무지를 꾸짓음으로 철산스님께서,
"삼조스님은 어디계시는가?"
"삼조스님은 어디에든 그대가 게시다고 생각하는 대로 계시다. 여기에 계신다고 할수도 있고, 한국에 계신다고도 할수 있으며, 극락세계에 계신다고도 할수 있다."
"그런 것 말고!"
"달마 스님은 어디서 무얼 하시는가?"
"달마는 어디에나 계신다. 자기 마음속에 계실 수도 있고, 열심히 수행하면 누구나 달마가 될 수 있다. 법을 전하거나 전하러 왔으므로 여러분 모두가 달마 일 수도 있다."(본문71p)
젊은 스님으로 여러대학에서 석사 박사과정을 마치고, 중국 5대 선종 가운데 임제종의 제43대 제자라고 스스로 밝힌 콴롱스님은 선과는 거리가 먼 CEO형 사찰 관리자였다.
마치 달마와 양무제의 문답을 보는 듯했다.
책을 보면서,사진이 거의 책의 3분의1을 차지하여, 마치 나도 같이 순례하는듯, 마음이 고요하다가, 들떠기도 하고, 힘겹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국사찰들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사찰들에 가면, 아기자기하면서, 은은함이 느껴져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함을 느낄수 있는데, 중국사찰들은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느끼게 했다.
끝으로, 지관스님이 권하셨듯 선종사의 여정과 아울러 달마선의 요지를 집약 술회한 이 책 매일 읽고, 마음을 깨우치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