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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먹지 마라
키이스 페라지 외 지음, 이종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직업 특성상 시장을 보느라고 늘 점심 도시락을 모니터 앞에서 먹는 나로서는 참 신경 거슬리게 하는 책 제목이었다. 그런 비호감 때문 이었을까?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나 한 번 들여다 보자는 오기로 책을 주문했고, 오히려 내용은 상당히 공감을 불러 일으킬 만큼 유용하다는 것을 깨달아 지금 추천 글 까지 쓰고 있다.
우선 저자는 성에서 느낄 수 있듯이(첨엔 페라리라고 잘 못 읽었다)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 2세로 탄광촌 노동자의 아들이다. 육체 노동자에 학력도 낮았지만 자식 교육에 대한 열정은 높았던 저자의 부친이 어느 날 근무하는 회사의 사장실로 무작정 들어간다. 그리고는 아들이 그 동네 상류층 자제가 다니는 사립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추천서를 써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그 사장은 그 사립학교의 재단 이사 중 한 명이었고, 그 부친의 열정에 감복한 사장이 입학할 수 있도록 힘 써 도와준 결과 저자는 인생이 크게 변한다. 그 사립학교 졸업 후, 예일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거쳐 스타우드 그룹(웨스틴, W 호텔, 르 메르디앙등의 체인을 거느린 글로벌 호텔 그룹)에 30대에 최연소 사장으로까지 승진하는 등의 초고속 출세가도를 달린다. 물론 그 후 여러 번의 우여 곡절이 있지만 그 시련 후에 자신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묶어 인간관계와 네트워킹에 대한 방법과 노하우를 정리한 것이 이 책의 탄생 배경이다.
인간 관계에 관한 이런 종류의 책은 사실 서점에 많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인간관계가 성공의 중요한 핵심 사항 중 하나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내가 따로 공들여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은 점에 저자와 깊이 공감해서 지인들과 나의 느낌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1. 인간 관계는 비즈니스에서의 성공뿐 아니라,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2. 인간 관계도 여러 기술과 마찬가지로 배우고 실천하는 바에 따라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사실 뭐 그런 것까지 배워야 하나 이런 생각을 나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생각이 좀 바뀐다. 우선 내가 인간 관계를 형성하는 법이나,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움직이는 가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던가를 알게 된다.
3. 동양에서 인간이라는 한자를 풀어 보면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의미한다. 즉 인간 관계에 의해 그리고 상호작용을 통해 사람됨을 갖춰야 비로소 사람이라는 말이다. 신영복 교수의 ‘강의’ 라는 책에서 언급했듯이 동양의 인간관은 관계를 바탕으로써의 사람을 강조하는데, 이 책은 동양의 그러한 관점과 일치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책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목표를 설정한다. 시간 기한과 정확한 디테일을 가진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네트워크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네트워크에 기여함과 동시에 목표도 성취하는 시너지를 일으킨다.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인간 관계의 가장 큰 기본은 내가 우선 상대방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접근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렇게 요약해 놓고 보니 단순 하지만, 각각의 방법론에는 많은 구체적인 각론과 풍부한 예시들이 있다. 책을 구입해서 그 부분에 대한 실천적 방법을 습득하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분들의 몫이다.
직장, 그리고 가족 외에는 딱히 네트워크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던 평범한 직장인인 내게 이 책은 그런 관성을 일깨우는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게으름이 얼마나 소중한 인연들의 끈을 희미하고 가늘게 방치하고 있었는가 하는 자기반성이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읽은 것을 다행이라고, 그리고 어떻게 실천할까라는 숙제를 가슴속에 안고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