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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공지영 지음 / 창비 / 1999년 7월
평점 :
배우s.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나는 종종, 그녀 닮았다는 말을 듣곤 했었는데. 12월이었던가? 소개팅을 했는데, 그분이 다시 그런 말을 해서 생각났었다. 나는 아직 닮은 건가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다가 그녀의 홈피까지 들어가게 됐더랬다. 그녀의 웃는 얼굴은 왜 그렇게 슬퍼 보이는지. 글은, 분위기는 또 왜 그렇게 우울한지. 그런 일이 있고난 후, 나는 가끔 그녀가 잘 지내나 싶어 홈피에 들르곤 했다.(내 앞가림도 잘 못하면서;)
그러던 얼마 전 굉장히 기쁜 일이 있었는데, 그녀의 홈피에서 내가 사랑하는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낙하하는 저녁. 응? 당신도 이 소설 좋아했어? 나도나도.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 거다. 그리고는 그녀와 좀 더 공유하고 싶어서, 그녀가 읽었던 책 중에서 마음에 든 책 하나를 사고 말았다. 그것이 바로 이 책.
사실, 공지영을 더 읽을 계획은 없었는데. 마지막으로 읽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참 재미없었던 것도 한몫.(이건 사실 츠지히토나리 때문일 수도 있는데. 냉정과 열정사이도 그렇고, 편지도 그렇고, 사랑 후에 오는 것들도 그렇고 어찌 츠지히토나리는 읽는 족족 재미가 없는지. 그러기도 참 힘들 텐데.) 내 삶도 허덕이는데 또, 그녀살림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니 배가 아픈 거 한몫.
암튼 내가 갖고 있는 공지영 중에는 이게 제일 나은 것 같다. 전에는, 공지영은 왜 책 내자마자 항상 불티나게 팔리는 거지?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공지영의 장점은 그거 같다.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감정들과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대중적인 시각으로 이끌어간다는 것. 내 할 이야기를 대신해주니까 후련한 느낌. 가려운 귀를 긁어주는 느낌. 그래서 공감하는 독자가 많은 걸까? 나름 추측해본다.
예를 들자면 이런 글귀들.
언젠가 읽은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인간에게 늙음이 맨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얼마나 저주인가, 그 저자는 말했다. 신은 실수를 했다. 기어 다니는 벌레였다가 스스로 자기를 가두어두는 번데기였다가 드디어 천상으로 날아오르는 나비처럼 인간의 절정도 생의 맨 마지막에 와야 한다고. 인간은 푸르른 청춘을 너무 일찍 겪어버린다고. -72,3페이지
여기서 말하는 책제목이 뭘까? 나는 불과 얼마 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아니, 삶은 기억 때문이 아니라 올지 오지 않을지 모르는 미래 때문에 힘겨웠다. -74페이지
오, 끄덕끄덕.
결국 안 되니까 나는 그걸 꿈꾸었던 모양이야 ……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걸 알았기 때문에 꿈은 더 절실했던 거야. 막상 그렇게도 살 수 있게 되니까 난 겁이 난 거야…… -82페이지
그 여자는 이제 안다. 오늘의 날씨와 바람의 강도 그리고 통장에 남은 잔고가 같은 음악을 얼마나 다르게 들리게 하는가를. -96페이지.
그리고.
모든 존재는 저마다 슬픈 거야. 그 부피만큼의 눈물을 쏟아내고 나서 비로소 이 세상을 다시 보는 거라구. 너만 슬픈 게 아니라…… 아무도 상대방의 눈에게 흐르는 눈물을 멈추게 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그것을 닦아내줄 수는 있어.
우리 생에서 필요한 것은 다만 그 눈물을 서로 닦아줄 사람일 뿐이니까. 네가 나에게, 그리고 내가 너에게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해. -159페이지
이런 따뜻한 사람.
이유는 오직 하나, 사랑하고 있으니까 상처 입히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므로, 무엇이 그에게 가장 상처 입힐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그런 순간에 언제나 더 사랑한 사람이 더 많이 드러낸 사람이 더 상처 입는다. -187페이지
얼마 전 왜 더 사랑한 사람이 더 상처 입을까요? 라는 질문에 나는 얼마나 허접한 대답을 내놨던가. 이 글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공지영도, S도, 나도, 눈물흘리지 않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아니, 존재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건가. 그렇다면 기쁨의 눈물만 많이 흘렸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