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밥상 - 뒷산 새 먹이 관찰 도감 개똥이네 책방 40
이우만 글.그림 / 보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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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산에 사는 새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새들 뿐 아니라 벌레와 나무와 풀까지. 정말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했다.

  어렸을 때 자주 보았지만, 이름을 몰랐던 미국자리공, 환삼덩굴은 반가웠다

  그 자리에 늘 있었지만 이름을 몰라 불러주지 못했다비둘기는 암수 모두 모이주머니에서 만들어진 비둘기 젖을 새끼에게 먹이는 사실이 독특했다.

 

  비슷해 보이는 새들이었지만, 먹이를 먹는 방법, 둥지를 짓는 방법도 제각각이었다.

  보리수나무 새순이나 작살나무 열매를 부리로 휙 던져서 받아먹는 직박구리는 통째로 꽃을 따 먹기도 한다. 밀화부리는 왕벚꽃 씨방의 껍질을 사과 깎듯 돌돌 깎아내고 먹는다. 검은머리방울새도 씨앗 껍질을 벗겨 먹는다. 쇠박새는 두 발로 씨앗을 잡고 부리로 콕콕 쪼아먹는다.

  지렁이를 좋아하는 호랑지빠귀는 꼬리깃을 부채처럼 펼쳐 가랑잎을 탁탁 친다. 투둑 투둑 소리에 비가 오는 줄 알고 밖으로 나온 지렁이를 잡아먹는다. 곤줄박이나 동고비는 다람쥐처럼 먹이를 저장한다.

 

  까치는 나무 꼭대기에 나뭇가지를 엮고 진흙을 발라 튼튼한 둥지를 짓는다. 둥지 안은 은사시나무 속껍질이나 동물들의 털로 꾸민다. 쓰고 난 둥지는 파랑새나 새호리기 같은 여름 철새들이 사용하기도 한다. 동고비는 딱따구리가 뚫어 놓은 나무구멍을 골라 진흙으로 입구를 좁혀 둥지로 쓴다.

 

  땅에 떨어진 나뭇잎과 죽은 곤충들은 미생물이 분해하여 흙이 되고, 흙 속 양분을 지렁이가, 지렁이를 지빠뀌가 새끼에게 먹인다. 아이 하나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듯, 온 숲이 생명을 키운다. 동박새가 동백꽃의 꿀을 먹고 꽃가루를 옮겨주고, 씨앗을 먹은 새들이 배설물로 번식을 돕는다.

 

  새들이 우는 소리도 제각각이었는데, 특히 짝을 찾을 때 아름답게 우는 꾀꼬리가 평소에는 쿠에엑 하는 괴상한 소리를 낸다고 해서 우스웠다.

 

  층층나무가 외래종 미국선녀벌레의 배설물과 솜털 때문에 죽어갈 때, 어느 날 참새떼가 나타나 벌레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새, 쇠박새, 솔새 등 다른 새들도 합세했다. 인간이 들여와 환경을 망치던 벌레들을 이 땅의 텃새들이 함께 물리쳤다. 그렇게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한다.

 

  1950년대 중국에서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며, 참새, 들쥐, 파리, 모기 등 네 종류를 모두 없애자는 제사해운동이 벌어졌다. 한해에 2억 마리가 넘는 참새가 죽임을 당하고, 그 참새가 없어지니 벌레가 엄청나게 늘어 오히려 몇 해 동안 큰 흉년으로 수천만 명이 아사했다.

 

  산새들에게 소중한 먹이 창고가 되는 들풀을 잡초라는 이름으로,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제거하고, 생태공원을 만든다며 습지들을 메워 오히려 많은 생명이 사라졌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이고 어리석은가.

 

  멋스러운 세밀화가 책장을 넘기는 걸 방해했다. 표지의 물까치 모습이 참 멋있다. 한국동박새, 큰유리새, 흰눈썹황금새, 동고비, 산솔새, 파랑새 등 예쁜 새들이 많았다. 작가의 새에 대한 애정이 사진보다 더 훌륭한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듯 편안한 글투가 좋다. 새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특히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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