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수집가 I LOVE 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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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유년시절 자신이 살던 섬마을의 집 5층에 새로 이사온 막스 아저씨를 만납니다.

막스아저씨는 유일하게 바이올린 연주하는 나를 "예술가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었는데요.

나는 그 후 아저씨의 집에 자주 놀러가게 됩니다. 아저씨는 화가였고 자신이 둘러본 것들을 그리는 것에 집중했어요. 때로는 오랜시간 여행을 하고 오기도 했지요. 여행이야기를 모두 해준 것은 아니었지만 종종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신비로웠습니다. 아저씨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는 빨간 쇼파위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했어요.

곧 여름방학을 앞두고 아저씨는 오랫동안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에게 열쇠를 주며 우편물과 꽃에 물주기 등 집을 돌보아 달라고 부탁을 했답니다. 아저씨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긴 여행을 떠나고, 나는 아저씨가 없는 빈 집에 가보았습니다. 아저씨의 그림은 늘 뒤집어 있었지만 이번에는 양쪽에 전시된 것처럼 나를 향해 그림이 놓여있었어요. 그림 뒤에는 아저씨가 적은 작은 쪽지들이 있었지요. 나는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림은 아저씨가 이야기 해준 것 보다 더 신비로웠어요. 그림을 보다보니 나는 어느덧 그림속을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지막 그림을 보던 날, 아저씨가 돌아왔어요. 그리고 섬에서의 모든 작업이 끝나서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습니다. 그곳은 내가 사는 동네와는 많이 먼 곳이라고 했지요. 아저씨는 자신이 떠나도 바이올린 연주는 잊지 말라고 했어요.

아저씨가 살던집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를 오고 나는 바이올린을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저씨가 보내온 하나의 그림을 선물받았고, 그 그림은 나에게 하나의 답이 되었습니다.

우리 눈엔 안 보이지만, 어떤 그림이든지 그 그림에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길이 하나씩 있는 법이란다

화가는 그 길을 꼭 찾아 내야해. 그리고 사람들한테 그림을 너무 일찍 보여 주면 안 돼. 찾았다 싶은 길을 다시 잃어버릴 수도 있거든.

새로운 작업을 위해 섬으로 왔다는 아저씨. 어쩌면 아저씨는 섬에 사는 아이에게 세상의 넓고 다양함을 알려주고 재능을 썩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작업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본것을 아이에게 말로 전달한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느끼고 보도록 했던 것이 아닐까요.

그림속에는 평범한 풍경화 인듯 하지만 상상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하나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집, 눈 내리는 날만 나타나는 눈코끼리, 사자와 함께 배를 작은 배를 타고 떠나는 왕과 공주, 거인과 소인의 대화모습 등 말이죠.

어떤 그름이든 비밀이 있어야 하지.

나조차 그게 뭔지 모를 수도 있어.

그리고 사람들이 내 그림에서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발견할 수도 있단다.

나는 수집가일 뿐이야. 난 순간을 수집한단다.

순간수집가라는 말의 뜻이 뭘까 궁금했습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보며 생각했어요. 자신이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는 풍경 속에서 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길에 펭귄들이 걸어다니고, 기차를 타고 바라보는 풍경 속 하늘에 열기구로 싫어 나르는 망원경도 있는 거겠지요.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풍자하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막스 아저씨가 자신이 이곳에 없는 동안 그 그림들을 보게 했는지 서서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저씨는 화실에서 직접 설명을 해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림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서 내가 궁금했던 것에 대해 스스로 하나 둘 답을 찾아가길 바랐던 것입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아저씨와의 일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는 항구에 오가는 여객선을 바라보며 배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아마 저 바다건너로 나가고 싶은 욕망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저씨의 그림을 통해 아이는 문을 열고 세상을 둘러보고 아저씨가 보고 느낀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림 속 여행을 합니다.

아이에게 말로 설명하지 못한 순간을 그림으로 직접 느끼고 상상할 수 있게 해준 것이지요.

그래서 마지막 아저씨의 그림선물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자신이 떠난 후 바이올린 연주를 포기할까봐 마음이 쓰였던 아저씨는 아이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그려서 보냈는데요. 이 그림이 아이의 꿈을 키우게 해준 역할을 했습니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순간 수집가>는 작가의 실사와 같은 그림으로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전작 <시간의 의미>가 여백의 미로 우리에게 울림을 줬다면, 이번 <순간 수집가>는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는 시간이 될 것 입니다. 글밥이 많아서 어린 친구들과 읽을 때는 그림을 주로보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그림 속으로 떠난 여행>으로 출간이 되었는데 이번에 <순간 수집가>로 이름이 바뀌어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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