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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오토바이 타고 동네 한 바퀴 ㅣ I LOVE 그림책
이자벨 퀸테로 지음, 지크 페냐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7월
평점 :

이자벨 퀸테로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온 이주민의 딸입니다. 그녀의 어린 시절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의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던 추억과 함께 그들의 삶이 녹아있는 마을의 모습을 구석구석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녀는 질문합니다.
우리 도시를 건설하고 사회를 형성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 이름을 따서 거리의 이름이 지어지게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아스팔트를 까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으로 캘리포니아 지역이 미국에 편입된 후, 이민자로 남게 된 멕시코인들은 가장 힘든 노동을 하며 세월을 견뎌왔습니다. 세계 레몬의 수도로 알려질 만큼 그 지역이 형성되는 데에는 과일을 따는 힘든 노동을 견디며 살아온 이민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노고를 통해 이루어진 역사와 변화를 떠올린다는 작가의 이 책은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 같습니다.
한때 스페인 식민지였던 영향으로 인구의 90%가 스페인어를 사용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마을 곳곳에 스페인어로 된 간판이 보이고, 멕시코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보입니다. 미국 속에 작은 멕시코라고 느껴질 만큼 마을 곳곳에는 그들의 오랜 문화가 남아있습니다. 그 문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자란 작가는 자신이 '이곳에서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이곳이 아무리 변해도, 이 도시는 늘 나와 함께 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고향을 떠올리면 느껴지는 아련함과 그 시간을 말해주는 추억이 떠오르는 것과 같은 느낌일까요?
어쩌면 유일하게 아빠와 교감할 수 있는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 한 바퀴 하는 시간 덕분에 작가가 그 도시를 더욱 사랑하게 됐을 것 같아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벌어지는 불법 이민자 문제로 트럼프 정부 시절에는 국경에 벽을 칠만큼 예민하게 대응을 했는데요, 켈리포니아 주가 다른 주에 비해 불법 이민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은 불안정한 위치로 인해 각종 범죄에 노출되고 있는데요.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로 인한 차별과 범죄 문제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그들의 인권을 함께 고민하며 미국-멕시코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국제적인 마찰로 커지는 상황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에즈라 잭 키츠 상을 수상한 <아빠랑 오토바이 타고 동네 한 바퀴>는 세상의 다문화 성을 반영하고 어린 시절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강조한 상의 정신을 그대로 그림책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만화가인 그림작가의 영향을 받아서일까요. 그림체도 기존의 그림책과는 달리 만화를 보는 듯한 표현이 많은 데요. 오히려 차별화된 개성을 엿볼 수 있어 새로웠습니다.
※푸른책들 신간평가단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