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멈춘 지 1년. 여행의 그리움과 그 시절의 추억을 꺼내어 볼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책이 출간되기 전 세 장의 편지를 받았을 때도 작가님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바라보며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었어요. 출간 후 책으로 만나보니 저 역시도 마음 한구석에 숨겨놓은 보석함을 열어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일랜드에서 기네스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그려보며 갓 따라낸 생맥주의 청량감을 함께 느끼고 싶었어요. 특히 맥주공장에서 바로 마시는 맥주는 그 어디에서 마시는 것보다도 맛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 편지를 보며 내내 갈증에 시달렸답니다. 그리고 여행하면서 너무 예뻐서 사 왔던 물건들이 한국에만 오면 부질없어지는지 너무나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그 뒤로 여행 때마다 두세 번씩 고민하지만 작가님이 쓰신 것처럼 그때 못 사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또 되풀이되는 쇼핑을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장에 쓰여있는 문구를 보고 단숨에 읽지 않고 한통 한통 편지를 받아 읽는 마음으로 음미하면서 읽었어요.
초반에는 문득 돌아올 수 없는 과거가 되어버린 듯한 해외여행에 대한 생각으로 울적해졌었지요.
한 통씩 읽어갈수록 부럽다는 마음도 들었어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진정한 여행자는 아니었거든요.
일 때문에 여행을 했기에 진정한 여행자의 마음으로 즐겨본 적은 없던 것 같아 읽는 내내 부러움과 아쉬움이 밀려왔답니다. 책을 덮고 나서 내가 작가님처럼 편지를 쓴다면 누구에게 어떤 기억을 써 내려갈 것인가를 고민해 봤어요.없다고 생각했는데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하니 줄줄이 사탕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때의 기억들을 다시 보석함에 주워 담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때 알았죠. 미뤄도 좋은 것 중에 감사 인사는 없다는 걸.
감사합니다. 반 타의적 집 순일보 살아오면서 답답하고 메말라가는 일상에 촉촉한 단비를 내려주신 거 같아요. 편지 한 통이 끝날 때마다 사진으로 여행지의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게 해주셔서 좋았어요. 그리고 '불행은 페이스트리 빵 같죠. 겹겹으로 오거든요.'(p.125) 같은 표현력에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언제쯤 다시 여행자라는 이름으로 배낭을 메고 떠날 수 있을까요? 다시 떠난 그곳은 예전처럼 저를 반기고 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뒤쯤 20대에 못했던 배낭여행을 떠나보려고 마음먹고 있어요. 그때 정말 여행자가 된다면 작가님처럼 편지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디어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