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화동 배화로 360번 길 골목에 기린이 산다.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학교에서 '튀기'라고 놀림당하는 은형이, 태국인 엄마는 옆집 선웅이네 가사도우미로 일을 하고 아빠는 알코올중독에 특별한 수입도 없이 엄마가 번 돈을 뜯어가며 가정폭력을 일삼습니다.
누구보다 넘치는 감수성으로 동화 작가를 꿈꾸지만 초고도비만이라는 체형 때문에 스스로 은따라고 생각하며 혼자 다니는 선웅이, 배화로 360번 길 골목에 있는 3층짜리 한의원이 선웅이네 집입니다. 아빠는 한의사인데 노숙자나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무료 진료하며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합니다. 엄마는 이런 아빠를 못마땅해하며 선웅이에게 동화 작가의 꿈은 버리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합니다.
폐지를 주워 모은 돈으로 노숙자들을 위한 꽃밥 집을 운영하는 이복규 할아버지의 손자 기수는 학교 싸움 짱입니다. 선웅이가 학교 최고 말썽꾼 이호 패거리에게 당할 때마다 도와주고 사라집니다.
선웅이는 은형이를 좋아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나름의 방식으로 지켜줍니다. 우연한 계기로 꽃밥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은형이와 선웅이, 기수는 서로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됩니다. 선웅이는 두 친구 덕분에 스스로 관계 맺기를 거부하던 마음을 버리고 학교에서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뽐냅니다. 은형이도 더 이상 이호패거리에게 놀림당하는 것을 참지 않고 호되게 혼내줍니다.
15살, 중2병이라는 한 단어로 다른 설명이 필요 없어지는 나이.
우리가 생각하는 중2는 통제불능의 아이들입니다. 오죽하면 북한에서 중2가 무서워 남침을 못한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무서울 게 없는 아이들이라는 인식이 어른들에게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