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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글쓰기 - 네 안의 작가를 꺼내라! ㅣ 1218 보물창고 1
랄프 플레처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전교생이 함께 하는 글짓기 시간을 극도로 힘들어하며 어떤 내용으로 백지를 채워나갈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평소 글쓰기에 재능이 있던 친구는 연필에 침을 묻혀 가며 잘도 적어 내려갔다. 그에 반해 나는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 줄도 못 적고 머리를 감싼 채 누런 종이를 원망스런 눈초리로 흘겨보던 때가 있었다. 이후 표현 활동과 긴밀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내다보니 쓰기와 말하기는 생활 속 일부로 자리해 왔다. 돌이켜보면 표현 활동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쓸 거리를 찾아 정리해두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흔히 작가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별다른 노력 없이 글이 쓰여지는 것은 아닌지 시기를 할 때가 있었다. 그런 만큼 글을 작가처럼 쓰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더했는지도 모르겠다. 스펀지가 물을 먹고 한 덩어리가 되는 것처럼 글쓰기에 빠져들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될 때가 많았다. 네 안의 작가를 꺼내라는 명령조의 부제가 붙은 작가처럼 글쓰기는 잊고 지낸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갈망에 이어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 스크랩하면서 지냈던 기억이 아련한 향수 속에 떠오른다. 흔히들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구양수의 삼다를 일컬으면서 다독(多讀), 다사(多思), 다작(多作)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으로 지냈던 생활에 반향을 일으킨다.
작가처럼 글쓰기는 저자인 랄프 플레처가 글을 쓸 때 활용하는 방법 중 가장 요긴한 텍스트인 작가 노트에 대해 알려준다. 작가 노트는 일반적인 독서기록장이나 일기와는 달리 글을 쓰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료를 모은 노트로 글을 쓸 때 충분히 활용 가능한 자료들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작가노트에 적은 실례를 들어가며 활용된 글을 실어 작가노트 활용 가치를 구체화했다. 그 중 작가 노트 기록은 일상에 부딪히며 일어난 생각과 감정, 의견 등의 반응을 기록해 두는 것에서 출발점으로 삼는다. 자신의 감정을 면밀히 살피면서 그 원인을 헤아려 새롭게 알게 된 것과 잊고 싶지 않은 것을 적어 두는 장이라고 말한다. 사소한 일이지만 그 상황이나 느낌을 구체적으로 적다보면 그것은 어느 새 작가처럼 글 쓰는 데 소중한 자료가 된다.
작가 노트에 적어 둔 생각의 씨앗은 훗날 글을 쓰는 소중한 자료로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음을 기억해 그것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함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작가노트 주변에 여백을 좀 더 남겨 놓거나 한두 쪽을 통째로 비워두면 나중에 다시 찾아 덧붙여 쓸 수도 있음을 말하며 완결된 문장이 아니어도 좋다고 했다. 게다가 창의적 글쓰기를 할 때 브레인스토밍을 도입하듯이 처음 아이디어를 적을 때는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빠르게 적어 내려가는 습관이 몸에 붙게 하라고 저자는 조언하였다.
누구든 글을 쓸 때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여 자신이 쓴 글이 독자와 적절히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처럼 작가노트에 글을 쓰는 것은 기름을 넣고 엔진을 돌리는 것처럼 글쓰기에 연료를 공급받는 것과 같다. 그리고 훗날 자신의 작가노트를 읽을 때는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독자가 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단풍나무 시럽 1리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풍나무 수액 40리터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작가처럼 글을 쓰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작가노트 활용은 미룰 수 없는 대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