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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는 지옥행 ㅣ 동화 보물창고 21
야마나카 히사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임수진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유난히 무더운 여름 힘겹게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에 염증을 내면서도 그 바람을 쐬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돌발적으로 일어난 사소한 일이 걷잡을 수 없는 일로 화하는 찰나 심장이 오그라들 정도로 조마조마하였던 기억이 중심에는 자리한다. 내가 살고 있는 저편의 미미한 바람이 이곳에서는 막대한 태풍을 일으키는 나비효과를 방불케하는 가즈야의 모험담은 박진감있게 펼쳐진다. 이전의 동화에서 맛보기 힘든 긴장감 속에 이야기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가즈야는 실수로 새로 구입한 텔레비전 브라운관 박살을 내고는 두려운 나머지 위기를 모면할 생각이 앞서 가출을 하고 만다. 어린 시절 잘못을 저질러 놓고 문제의 자리를 떠났다가 일이 어느 정도 수습되어 소강 국면에 접어들 때를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했던 추억이 떠올라 웃음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 짐을 꾸리던 차에 찾아온 친구 마코토가 항구로 그림을 그리러 나가자는 제안대로 항구로 나가 그린 그림이 초래한 일은 걷잡을 수 있는 일을 몰고 왔다. 배가 폭발하는 장면이 그려진 그림을 본 아저씨가 다짜고짜 그림을 빼앗으려하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옥신각신하다 일이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 마코토가 아저씨를 향해 휘두른 음료수병에 맞아 기절한 아저씨가 죽었는 줄 알고 두려움에 떨다 그 현장에서 벗어나는 길만을 생각했다. 아이 둘은 무작정 도망쳐 나와 도착지도 없이 바다 한가운데서 침몰하는 것으로 예정된 지옥행 배에 그만 오르고 만 것이다. 이에 가즈야와 마코토는 생각지도 못했던 모험에 빠져들게 되지만 둘은 의기투합하여 살아남으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들은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무고한 생명을 담보로 일확천금을 모으려는 보험 사기극에 휘말려 목숨을 잃을 뻔했던 위기에 직면하였다. 하지만 생각을 고쳐 먹은 선장과 이마무라 선원의 도움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가즈야와 마코토는 우정을 나누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하는 진지함도 보였다. 가즈오를 만난 엄마는 아빠랑 누나가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단다는 말로 텔레비전 문제는 일단락 되었음을 알려준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행동하지만 뜻하지 않은 일로 사소한 실수를 일으킬 때가 종종 있다. 고가의 물건을 손상시킨 경우 지레 겁먹고 뒷감당을 하기 힘들다 판단하여 그 자리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하게 자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 자리를 피하려고만 하다보면 아이들이 무책임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인정하고 그런 실수를 다시 일으키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우리는 시행착오를 통해 커나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