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영혼의 성장
김혜연 지음 / 채륜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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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읽었던 책들의 내용은 주로 상상속 세계의 이야기들이었다.

마술을 부리고 괴물을 물리치고 동물들과 대화하거나 동물이 사람으로 변하는 등등의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일들을 책으로 읽으며, 꿈을 키웠다고나 할까.

바로 동화 또는 전래동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전래동화들.

물론 점점 더 성장하면서는 SF소설이나 추리소설로 옮겨가게 되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동화들이 새롭게 해석된 에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성공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속에서 이처럼 새롭게 해석된 동화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인간의 정신세계에서 환상은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환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린 시절 마음 놓고 환상에 몰두하는 시기를 가진 후 비로소 합리적 지성과 현실에 대한 의지를 발달시킬 수 있다.” - P. 72.

 

동화, 특히 전래동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들을 글로 기록한 것이다. 우리의 기억에도 남아 있을 것이다.

밤에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권선징악을 기본 토대로 하여 사람이 선하게 살아가야 한다며 들려주던 이야기들을.

물론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되고, 아이들을 위해 잔인하고 잔혹한 내용들을 빼고 조금 더 아름답게 그려지긴 했지만 큰 줄거리는 그대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전래 동화들은 거의 대부분 근세 이전에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어른과 아이 구분없이 함께 즐기던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뒤집으면 전래 동화에는 인간이면 누구나 주의깊게 받아들여야 할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전래 동화라고 부르는 것은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교훈을 상상력이라는 그릇에 담아 놓은 조상들의 선물인 것이다. 물론 그 그릇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말이다.” - P. 336.

 

<동화 영혼의 성장>는 이럴 적 읽었던 전래동화가 이제 육체적으로 성장이 멈춘 어른들의 정신적 성숙을 위해 꼭 필요하며, 그래서 어른들도 동화를 다시 읽어야 함을 우리가 읽었고, 그래서 알고 있는 여러 동화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이, 전래동화와 아이들의 심리적 관계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기초로 분석하여 저술한 자폐아동 치료 전문의사인 브루노 베텔하임의 1976년작 <옛이야기의 매력>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전래동화가 아동문학으로 발전하였는데, 전래동화의 모태는 산업혁명 이전 하층민의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듣고 즐기며 전해 내려왔던 민담이라고 설명하다. 그런 이유로 전래동화가 아동문학으로 발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른들도 그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워 정신적으로 더욱 성숙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전래 동화의 세계 속에서 자라나야 할 존재는 아이뿐만이 아니다. 부모도 자식이 태어나면서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하고, 아이와 함께 따라서 성장하게 된다. 아이가 자신이 부족한 게 아닌가 불안을 느끼듯이 부모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혹시 내가 나쁜 부모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힘든 순간에 대해서도 동화는 지혜를 제공해줄 것이다.” - P. 67.

 

메마른 어른들은 종종 이야기와 정보를 혼동한다. 동화는 어렸을 때 읽어서 다 아는 이야기니까 두 번 다시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정보가 아니다. 동화에는 거의 정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큰 어른들이 동화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떨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용기와 지혜를 얻고자 함이다. 동화 속에는 먹고 살기 바빠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이 주인을 기다리며 가라앉아 있다.” - P. 338~339.

 

어느 정도의 지식이 쌓이고 자신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동화를 어린아이들이나 보는 유치한 것으로 여기고 멀리하게 된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람의 이야기속에는 나름의 배울 점이 있고, 그런 배울거리는 보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또한 동일한 사람이라도 나이에 따라 예전과는 다르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의 말과 같이, 아직도 자신의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는 아픔과 상처를 어릴적 읽었던 동화를 다시 읽음으로써 회복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한번쯤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함께 옛 추억속으로 빠져들어가 보면 어떨까 싶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자신들도 한때 어린 아이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똑똑하고 잘났다는 듯이 행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하게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성장 과정을 거친다. 이 사실을 기억하는 어른들에게 전래 동화와 아동 문학은 영혼의 성장 호르몬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P. 6~7.

 

어른들은 아이들의 성장통을 대신해 줄 수 없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함으로써 아이들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해 줄 수 있다. 물론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보낸 어른이라야 아이들에게 행복한 어린 시절을 선사할 수 있다.” - P. 33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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