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족은 없다 - 한족(漢族)으로 포장한 이민족의 땅 길 위의 인문 에세이 2
채경석 지음 / 계란후라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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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단일민족 또는 백의민족이라고 부르며 자랑스러워한다.

5천년의 기나 긴 역사속 수많은 외세의 침략속에서도 민족의 혈통을 지켜왔다는 자부심이 우리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세계 어느 민족도 우리와 같이 긴 역사와 침략에서 민족의 순수성을 지켜오지 못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의 마음속 자부심은 더욱 높다.

비록 이런 자부심이 정치적 의도로 우리의 머릿속에 세뇌된 것일지라도...

 

사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런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단군조선시대부터 이미 여러 민족들과의 교류가 있었고,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귀화하여 한반도에서 자리잡고 살았고, 조선시대 왜란과 호란을 거치면서 과연 우리의 순수 혈통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의문이 든다.

우리의 역사만큼 오랜 시간 우리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적 교류만이 아닌 혈통의 교류도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우리의 몸에는 이미 다양한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국 한족은 없다>는 공식적으로 56개의 민족(55개의 소수민족과 한족)으로 구성된 중국 인구중에서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이야기되는 한족이 과연 모두 순수 한족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 저자가 황하문명의 발원지인 깐수성(감숙성)을 여행하며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실제 중국 역사에서 한족이 중국대륙을 차지한 시기는 극히 일부인 한나라와 명뿐이며, 그 외의 시기는 모두 이민족이 지배했던 시기인데, 어떻게 현재처럼 한족이 9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는지를 탐구해간다.

실제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시황이나 당을 세운 이세민, 삼국지에 나오는 동탁도 모두 한족이 아닌 이민족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심지어는 로마군까지도 중국에 정착하면서 한족의 범위에 포함되었다고 말한다.

감숙성 여행과 탐구 결과 저자는 지금 중국의 한족은 혈통적으로 한족이 아니라 한족의 문화권에서 살아감으로 인해 한족이 된 것이라고, 그리고 이런 포용성이 강한 중국을 만들어 왔다고 이야기한다.

 

중국의 진정한 저력은 끝없는 흡수와 통합의 힘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족이 있었다. 오늘날에도 중국을 이끄는 민족은 한족이다. 과거의 한족과 지금의 한족은 같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것인가? 그래서 한족을 알아야겠다. 그들이 누구이고 어떻게 중원의 지배자로 남았는지, 그리고 그들의 문화가 어떻게 아시아를 지배했는지...” - P. 17.

 

중국엔 많은 사람이 들어와 살았고, 한족이 되었다. 그리고 그 힘은 곧 중국의 힘이었다. 중국이 아시아의 선진국이자 패자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한 것은, 속지주의를 택한 중국의 개방성이고 한족으로 활동한 이민족의 힘이었다. 이제 모든 건 분명해졌다. 중국 사람은 모두 한족이되 한족은 없는 것이다.” - P. 133.

 

우리나라도 점점 더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얼굴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른, 그러나 우리와 같은 한글로 쓰고 말하는 이들이 점점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넓게 이해하자면 모든 인간은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단일민족과 혈통을 중요시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에 붙잡혀 있어서는 우리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언어로 함께 생활하는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전세계가 하나로 되어가는 현재와 미래에 강한 대한민국으로 존재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은 자의 구성은 시대를 거치며 변화해 본래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족과 비한족의 구분은 삶의 형태적 동질성 여부이지, 핏줄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할아버지가 한족이니 나도 한족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중원에 살았으니 나는 한족이라는 설명이 맞을 것이다.... 원래 중원에 살던 사람들이 새로운 이주민과 섞이면서 창의적으로 변화한 사람들의 집단으로 중국 문화권 울타리에 살며 중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한족은 누구나 될 수 있고 누구나 아닐 수도 있다.” - P. 225~226.

 

개인적으로 저자와 같은 삶이 부럽다.

많은 지역과 나라를 다니며 단순 관광이 아닌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류가 살아온 역사를 느끼며 살아 갈 수 있는 삶이.

물론 저자 본인은 힘들다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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