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도시 -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모두에게 이로운가
마이클 소킨 지음, 조순익 옮김 / 북스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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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이 의, , 주라고 한다.

인류가 처음 세상에 나와 집단생활을 시작했을 때 - 그것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뒤든지 아니면 사람의 형태로 진화한 뒤이든 상관없이 인류의 생존에 가장 필요했을 것이 먹을거리와 안심하고 잠을 자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사람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몸을 가리는 옷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이후 농경생활의 시작과 함께 인류문명이 발달하고 도시가 생겨났을 것이고, 또한 농경생활로 인한 잉여생산은 계급과 빈부의 차를 만들었을 것이고, 점점 더 가진 이들은 자신의 가진 것을 화려한 옷과 큰 집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을 것이라 본다.

산업혁명 이후 대도시의 형성과 인구집중은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었고,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주거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제한된 공간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편히 쉬고 잠잘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더 크고 넓고 화려한 집을 짓고 살았을 가진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모든 건축은 분배한다. 매스와 공간, 재료, 특권, 접근성, 의미, 피난처, 권리 등을 말이다. 건축과 자본의 불가피한 연계는 건축을 매혹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이며, 건축이 그리도 효율적이고 풍부하게 읽힐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건축은 대부분 자본의 불공평성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조력자일 뿐이다.” - P. 285.

 

<정의로운 도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모두에게 이로운가>는 건축가이자 건축비평가이자 비영리 건축, 도시 두뇌집단인 테레폼의 대표인 저자가 2010년부터 2017년 사이에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건축 관련 글들을 모은 책으로, 2부중 1부는 뉴욕의 맨해튼의 개발과 재건축에 관한 내용으로, 2부는 다양한 건축물들과 건축가들에 대한 저자의 철학과 의견들을 나타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현재까지도 시도되고 있는 도시의 무질서한 외연적 확장보다는 기존 도심의 인프라를 활용한 전략적 재건과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의 도시로 접근하는 뉴어버니즘에 대해 강조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뉴욕도 그렇게 변화되어가야 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이지만 자본의 힘에 의해 건물이 점점 더 높게만 올라가고 상품화되어가는 과정에서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쫓겨나는, 사람과 사람이 길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이야기는 나눌 수 있는 일이 사라지는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책의 내용이 쉽지는 않다. 내가 뉴욕을 모르고, 건축과 건축가들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천히 읽다보면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있다.

건물만 즐비한 도시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날 수 있는 도시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는 사람과 사물을 함께 나르는 도구요, 병치하는 엔진이다. 접근성은 단순히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이루는 하나의 질문이다. 도시가 계속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전개하지 못한다면, 예컨대 우연한 만남과 마주침의 가능성을 전개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해진 틀 속에서만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도시는 실패하고 만다.” - P. 59.

 

도시 형태학은 현금의 흐름을 구체적이고 정밀하게 지도화하며, 뉴욕의 스카이라인은 투자 규모와 수익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막대그래프다. 부동산 제조업(누군가는 이걸 별스럽게도 건축이라고 부른다)은 우리의 으뜸가는 산업이요, 거래의 기술이자 우리의 창조성을 만들어내는 중심점이다. 돈은 단지 말만 하지 않는다. 돈은 설계자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국 도시에서 계획은 거의 전적으로 차액을 노린 공간적 거래 과정을 정교하게 개발하는 데 헌신한다.” - P. 230~231.

 

우리가 움직이는 이유는 삶을 살기 위해서고, 행복한 우연의 만남을 즐기고, 정치적인 것의 공간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런 목적은 얼굴을 마주 보며 확인하는 진실성을 요구한다.” - P. 484.

 

땅은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의 가격은 계속해서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보지만 무조건 오래된 건물들을 부수고 최첨단 최고층 건물들을 짓는 것만이 정답인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도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가 사용된지 조금 지난 것 같다.

상가 세입자들이 높은 임대료 때문에 쫓겨나는 상황이나 오랜된 주택에 살던 이들이 재개발로 인해 시외로 밀려나는 현실은 이미 낯선 상황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부동산이 이미 자본을 가진 이들의 부를 늘려주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고, 반대로는 없는 사람들의 그나마 가진 것까지 빼앗아가는 상황인 것이다.

비록 현 정부가 부동산의 투기화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그 실효성을 보장하기는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주도하에 투기가 아닌 주거 목적의 부동산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하겠고, 완전한 재건축, 재개발보다는 도시재생의 형태로 사람사는 도시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도시 형태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하나 있다. 보행자들이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장소. 그게 바로 좋은 도시 형태다. 그렇다고 단지 개별적인 자율성을 극대화하면 된다는 게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몸이 신체 정치의 근본적인 요소로 남아 있음을 주장하고, 우리 모두에게 속한 공적인 도시 영역에서 우리가 모일 가능성을 방해하는 모든 요인을 깊이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 P. 206.

 

우리의 도시계획은 양화와 악화를 모두 구축하는 협상의 도시계획이며, 거래의 건축이다. 그리고 그 거래는 늘 공적 이익과 사적 이익 사이에서 이뤄진다. 이는 올바른고 적절하지만, 문제는 누가 늘 가장 강력한 카드를 쥐고 있느냐에 있다. 카드가 공익을 거스르는 방향으로만 계속 쌓이는 건 결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 P.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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