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유정희 외 지음 / 아이네아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주간 만화잡지인 소년 점프에 198451호부터 시작하여 199525호까지 약 12년 동안 연재되었고, 42권짜리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으며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현재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는 토리야마 아키라의 만화 드래곤볼.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며 죽음의 위기에 직면할수록 강해지는 주인공 손오공의 이야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만화에 푹 빠져들게 하였다.

우리나라엔 정식 발매보다는 해적판으로 먼저 알려졌다고 알고 있는데, 엉성한 번역에도 불구하고 슬램덩크라는 농구 스포츠 만화와 함께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나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는 인기만화이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드래곤볼, 특히 전투력 우주 최강인 외계인 프리더와의 대결을 이야기하는 드래곤볼 Z를 중심으로 스토리 안에 녹아져있는 일본의 제국주의와 전후 일본의 의식을 분석하고 있는 책으로,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지금까지 한번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본 제국의 잔재와 패전 후 일본인들의 의식세계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프리더를 미국으로, 손오공을 일본으로, 기타 다른 인물들을 각각의 국가에 대위하여풀이함으로써 세계 2차 대전에서 원자폭탄 2발로 인해 패한, 그래서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전후 세대를 분석하면서, 전전세대의 대동아공영권을 전후세대가 범아시아주의로 변환시켰음을 이야기한다.

재미있게 만화를 봤던 기억만큼이나 신선하고 재미있는, 그러면서도 만화라는 장막 뒤에 숨겨져 있는 일본의 정신세계를 보는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섬뜩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현대 일본과 일본인들은 전쟁 이전 그들의 앞선 세대와 다른 존재인가. 이것이 바로 패전과 원폭에 대한 일본인들의 기억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테마이며, 이에 대한 이해없이 오늘날의 일본과 일본인을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의식이다. 그리고 이 책은 20세기 말 일본 만화 산업이 내놓은 가장 성공적인 작품인 드래곤볼도 이 주제의식과 관련된 논쟁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 P. 29.

 

한때 일본의 문화가 밀려온다고 방송에서 요란을 떨었던 적이 있었다.

일본의 문화에 우리의 정신이 사라져 간다고 했던가.

다시 일본에게 문화로 지배당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 더 큰 문제는 일제에 충성했던 친일매국노들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되지 않아 광복 이후 우리의 정기가 바로 서지 못했던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만약 그때 우리가 제대로 친일파들을 청산했더라면 이후 일본 문화가 들어온다고 호들갑떨 필요도 없었지 않았을까 싶다.

문학,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예술문화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생각한다.

그 속에 녹아져 있거나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내면을 볼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비판적인 관심은 정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본다.

눈에 보이는, 귀에 들리는 것만 보지 말고, 그 뒤의 숨겨진, 감춰진 것을 볼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이용당하지 않고 내가 주체가 되어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