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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아몬드>
-공감과 동요의 경계선에서 자라는 소년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생각보다 잦게 우리는 싫은 말에 웃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관계 유지를 위해서 화를 참아야 할 때도 있고,
가끔은 서러운 마음을 내 방문을 닫고 혼자가 될 때까지 다독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의 감정은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위해 오롯이 사용할 수 없는, 판매용 요리를 만들 때 사용하는 소스 같은 것 말입니다.
정의내릴 수 있는 사람의 감정 중 가장 전이가 빠른 것은 공포라고 합니다.
두려움은 신체의 반응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가까이 있는 이에게 가장 정확하게 그 감정을 전달합니다.
<아몬드>를 읽고 저는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당신은 타인의 공포를 공감하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그것에 동요하시는 편인가요?
대한민국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 인색한 나라입니다.
조사 자료로 평균이란 수치를 내 놓고, 거기에 맞춰 살 것을 종용하는 것은 미디어 매체만이 아닙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내 가족, 친구들, 혹은 친밀하다고 말할 수 있을법한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준치에서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를 측정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개인의 행복이란 문제에서 과연 중요한 일일까요?
여기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 있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선윤재.
편도체를 키우기 위해 수시로 아몬드를 먹이는 엄마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그에게 ‘예쁜 괴물’이란 별명을 붙여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같은 날 그에게서 사라집니다.
우울증을 앓던 남자의 무차별 살인 피해자로 할머니는 즉사, 엄마는 식물인간 상태가 되고 맙니다.
소년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지만 슬픔을 몰라 슬퍼하지 않습니다.
다만 많이, 자주 그들을 생각할 뿐입니다.
그런 그의 앞에 제멋대로 살아 온 동갑내기 곤이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하늘을 날 듯 달리는 도라를 만나게 됩니다.
소설은 윤재의 무덤덤한 시선 틈으로 끊임없이 일어나는 혼란들을 이야기해 줍니다.
그래서일까요. 글을 따라 읽어 내려가는 소년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슬퍼하고, 아파하고, 그리워하며,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이어보겠습니다.
저는 타인의 공포에 동요하는 인간입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에 동요하는 것으로 소속감과 친밀감을 구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감은 동요 뒤에 따라 붙는 이성적인 영역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정의입니다.
우리는 가끔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에 대해서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니까요.
제가 <아몬드>란 소설에 느낀 아쉬움은 거기서 출발합니다.
윤재는 감정적인 동요를 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고, 타인과 대립하고, 그러다 진짜 친구를 사귀고,
사랑이란 감정을 알아 가는 긴 과정에서 아이는 주체적으로 타인과 공감합니다.
그 지난한 고생의 끝에서 변화한 윤재의 모습이 그려지는 순간, 저는 왠지 모를 허탈함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윤재가 그동안 해 왔던 공감들을 부정당한 기분이 들어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의 이야기가 슬픔을 깨달은 그를 그리기 위함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몬드>는 따뜻한 소설입니다.
괴물 같은 아이들의 아프고 힘든 성장기를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갈 만큼,
그들이 만들어 나가는 세계는 온기가 느껴집니다.
감정적인 동요를 할 수 없는 윤재와, 감정이 넘쳐 휘청거리는 곤이의 두 세계가 겹치는 경계선.
두 사람이 맞닿는 곳의 따스함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