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쓸모도 없고 돈도 안 돼서 실패 창고에 쌓아두었던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 콘텐츠가 사실 소중한 자산이었다는 것을, 이 자산들은 마치 구슬과 같아서 하나씩 드여다보면 뭐가 될지 모르지만 일단 꿰기 시작하면 너무나 귀한 보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마흔은 안정된 삶을 추구하기에도 너무 이르다. 아직 구슬을 꿰는 데 비용이 들뿐더러 이 시기에 받는 인생 숙제가 무겁기 때문이다. 40대에는 집도 사야하고 기본적인 생활비로부터 아이들 용돈과 학원비까지, 내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주을 선다. 물론 50대에도 돈은 여전히 많이 든다. 아이들은 아직 경제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지 않았고, 부모님이 노후 대비를 충분히 못 하셨다면 병원비나 간병비도 내 몫이 된다.
마흔은 전혀 늦은 나이가 아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최소 10년에서 많게는 20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러니 마흔에 함부로 정산하지 말자. 쉽게 좌절하지도 말자. 긴 호흡으로 나답게 살아가면 그뿐, 늦었다고 초조해하거나 자포자기 할 이유가 없다.
마흔은 원래 완성되는 나이가 아니라 뭐든지 되다마는 나이다. 과정의 나이지 결과의 낭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마흔은 곧 안정‘이라는 고정관념은 이제 버리자. 마흔에게는 격렬하게 구슬을 만들고 용감하게 꿰어보는 ’도전‘이나 ’성장‘이란 꼬리표가 훨씬 더 현실적이다.
마흔의 어느 날, 갑자기 지금까지 해놓은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어 울고 싶을 때는 마음껏 울어도 좋다. 울어야 속을 비우고 비워야 채울 수 있으니까. 다만 지금이 끝이 아니라는 것만은 스스로에게 꼭 말해주자.
50대는 영어를 배우기에 늦었다고 모두가 말했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내 인생의 가장 자유롭고 좋은 시절이 왔는데 이 시간을 나답게 쓰는 게 당연하다. 여전히 발음은 안좋고, 단어는 외우자마자 잊어버리지만 하루에 1센티미터씩 성장하는 내가 기특하다. 여전히 나에게서 희망을 발견하는 내가 자랑스럽다. 앞으로 실패도 많이 하고 몸은 고달프겠지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너무 신난다. 나는 내 인생의 황금기, 60대가 진심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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