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추기경
평화방송 엮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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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봐요?"

김수환 추기경을 기억하는 여러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간 김수환, 추기경 김수환 스테파노를 추억하고 사람에 대한 사랑을 말하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기억되고 존재한다. (12p)

 

 

 

 

「그 사람 추기경」은 2013년 1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김수환 추기경과 인연이 닿은 17인의 '기억'과 그들의 '의견'을 인터뷰로 엮은 기록이다. 이 책은 김수환 추기경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거나 우상화시키지는 않는다. 그건 그분이 평화방송에 먼저 연락해서 영상을 만드신 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돌아가시기 3년 전, 김수환 추기경 당신께서 평화방송 측에 먼저 연락하여 만들어진 영상 기록인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 「그 사람 추기경」이 그 시작이며 탄생 배경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연락을 하셨어요. 그렇게 자료를 안 남겨두면 우상화할 것 같아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남겨두고 싶다고 하셨어요. (321p)

 

그런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하기 전 3년 동안의 모습을 담은 영화에서부터 시작된 이 책은 인터뷰 질문 자체도 담백하고 직선적이다. 왜 직선적이냐고 느꼈냐면 내 기준 이런 질문을 해도 될까 싶은 것들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나 그분이 받던 오해들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인터뷰이 입장에선 조금 당혹스러울 수도 있었겠으나 17인의 인터뷰이 답변을 읽으면서 그분 삶의 어떤 획 하나조차도 사람마다 다른 관점으로 보는구나 하는 흥미로움과 함께 추기경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꼈고, 그분도 어떤 면에선 평범한 인간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한층 더 친근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불면증으로 힘들어하셨다는 사실을 알고 인간적인 연민도 느껴졌다.

 

학창시절을 윤동주 시인의 시와 함께하시고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라는 구절이 와 닿는다 하신 일화(310p)와 말년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죽음 앞에서 고뇌하신 일화(142-146p)는 책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 사람 추기경'의 면모였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김수환 추기경 주변엔 참 좋은 사람들이 많았구나'라는 것. 그리고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았던 건 아마도 추기경이라는 지위나 위치를 떠나 인품과 사람 됨됨이 그 자체로도 참으로 존경받을 만한 분이셨기 때문이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혹자는 추기경을 정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다면 그 오해는 풀릴 것이다. '교회는 세상의 일부이고 교회는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야 하며 인권문제, 양심 문제 등의 사회문제, 경제문제에 방향을 제시하자(121p)'라는 가톨릭 내부 변화의 흐름과 의견이 같으셨기에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내셨으리라.

 

김수환 추기경 사목 표어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사목 표어처럼 인생을 사신 분이시라는 걸 이 책을 읽고 더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적은 메모 속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은 이렇다.
겸손, 소박한 삶, 정의로움, 인간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경, 받아들임, 진실과 정직, 영적 자유와 대범함, 정말 작은 사람 힘들어하는 사람에 대한 연민, 빈말 없고 약속을 지킴, 아주 공평하며 정말 예리함, 좋은 마음 넓은 마음, 정 많고 섬세하며 자상함,  진심,  끊임없는 반성과 부단한 성찰, 실천, 경청, 순교자의 자세, 한 사람 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우, 천진난만한 해맑은 아이의 웃음, 참을성,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볼 줄 아는 분
17인의 기억을 통해 전해지고 기록된 그분의 삶이다. 그야말로 아름답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마태복음 25:40)

 

추기경께서 성서의 이 구절을 제일 좋아하셨고 제일 많이 인용하셨다고 한다. 이 말씀처럼 직접 그렇게 사신 분이다. 나는 범인(凡人)이라서 당신처럼 생을 살기는 어렵다. 책을 읽는 내내 잔잔한 감명을 받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존경스럽고 본받고 싶은 분이지만, 그렇게 실천하며 살긴 어려울 것 같다'라는. 하지 못할 다짐은 하지 않는 게 나으니. 하지만 이런 분이 계셨다는 걸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깨달음이 있었고 영적으로도 매우 위안이 된다는 걸 느꼈다.

 

예전부터 가톨릭 신자로서 우리 종교를 대표하시던 큰 어른으로 존경하던 분이었으나, 이 책을 통해 인간 대 인간으로서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때문에 이 책은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타 종교를 가진 이들, 김수환 추기경을 기억하는 이들, 혹은 이름만 들어본 이들, 돌아가신 후에 태어나 그분의 존재를 잘 모르는 이들 어느 누구에게나 권할 만하다.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디서 주워듣고는 김수환 추기경을 친일로 몰아가려는 사람이 더러 있던데 정말 안타깝고 그런 사람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부디 장 익 주교님 인터뷰 일부분(290-291p)만이라도 읽었으면 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내 스스로 마음의 풍요로움과 함께 충만한 위로도 받았기에 하루하루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오래간만에 아주 좋은 책을 만나서 기쁘고 행복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유언은 다음과 같다.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

 

그분께 화답을 드리는 것으로 서평을 마무리해본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추기경님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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