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전소현.이선우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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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살 선박 기관사 전소현 씨를 인터뷰한 책이다.

내가 바다와 배를 워낙 좋아해서 '돈을 모아서 언젠가는 작은 통통배라도 하나 몰아봐야지'하는 꿈을 가지고 있고, 예전에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라는 여성 항해사를 다룬 책을 참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 데다가 흔치않은 여성 선박 기관사에 관한 이야기라서 책을 받자마자 기대를 안고 책장을 펼쳤다.

근데 사실 겉표지에 떡하니 '선박기관사'라고 적혀있는데도 불구하고 '배'하면 무심결에 선장이나 항해사를 떠올리게 되니까 배를 타면 바다도 자주 보고 좋겠네~ 하고 생각했는데 기관사는 의외로 바다를 자주 못 본다는 부분을 읽고 좀 놀랐다.
'기관사'라는 직업을 듣기만 들어봤지 자세하게는 잘 몰랐는데 책을 읽으면서 '아, 기관사라는 게 이런 직업이었구나'하고 새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놀랐던 게 소현 씨가 의외로 멘탈이 약한 사람이었다는 점이었다. 내가 아는 뱃사람들(외갓집 친척들이나 내가 사는 마을 주민들)은 바다를 너무 많이 보고 살아서 그런지 약간 우울하고 예민한 기질은 다분해도 대체로 침착하고 멘탈이 강한 편이다. 그리고 극단적인 남초 직업에 종사하는 여자는 기가 쎌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책을 읽기 전에는 당연히 소현 씨도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 속의 소현 씨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소현 씨는 중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언제나 전교 1등 자리를 차지한 수재였지만 명문고로 진학한 후 갑자기 성적이 전교 꼴찌로 추락하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서 괴로워하다가 결국 수능을 망치고, 고소공포증 때문에 놀이 기구도 못 타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런 유리 멘탈로도 참 신기하게도 험한 바다 위에서의 생활을 견뎌내고 있는데, 아마 책 내내 나온 표현처럼 소현 씨는 천생 뱃사람인가 보다.

2~3페이지 가량의 짤막짤막한 에피소드에 담긴 소현 씨의 일상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힐링이 된다. 인터넷도 잘 안되고, 직장과 집이 사실상 같은 공간이라 24시간 일하는 거나 다름없는 환경 속에서도 나름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배 위에서의 일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본 기분이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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