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미국 유학
이세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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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저자가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갑자기 유학 가게 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겪었던 6년 반의 시간을 돌이켜보며 쓴 일종의 회고록이다.

저자가 미국유학을 했던 때도 벌써 지금으로부터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한국이 많이 변했듯이 미국도 많은 점이 달라졌을 테니 솔직히 지금 현재 유학을 준비하는 데에 이 책이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글 자체도 구체적인 내용은 별로 없고, 저자가 느꼈던 개인적인 감상 위주라서 처음엔 좀 아쉬웠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 배웠던 영어가 현지에서 쓰는 영어가 달라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제가 있으면, 책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 지가 궁금해지는데, 저자는 그냥 '힘들었다, 많이 노력해야 했다' 정도로만 이야기한다. 그런 점들을 좀 더 세세하게 풀어나가면 글이 좀 더 흥미진진하지 않았을까.

사실 이 책은 현실적인 가이드라기보다는 일기장이다. 책을 읽으면서 낯선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게 겪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어도 어렵다는 점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책 내용은 시간순서대로 구성되어 있는데, 거의 매 챕터마다 외롭고, 막막하고, 한국에 두고 온 가족들이 보고 싶고, 학업과 파트타임을 병행해야 해서 너무 힘들고, 다른 사람이 생각없이 던지는 말에 상처받았다는 내용이 반복된다.

저자가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라는게 글에서 묻어나는데, 나도 그런 성격이라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미국에 딱 한 번 학회 때문에 일주일간 가본 적이 있는데, 중간에 같이 갔었던 직장동료랑 대판 싸우는 바람에 업무와 관련 있는 일만 같이 다니고, 개인적인 용무를 볼 때는 서로 찢어져서 각자 다녔던 경험이 있다. 영어 실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라서 혼자 다니는 건 무섭고, 막막하고, 그렇다고 직장동료랑 같이 다니려니 너무 껄끄럽고 불편하고... 지금이야 추억으로 남았지만 그 때 당시에는 정말 지옥같은 시간이었다.

저자도 미국에서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나는 고작 일주일을 버텼을 뿐이지만, 6년 반이나 되는 세월을 견뎌온 저자는 그동안 얼마나 서러웠을까.

요새는 외국여행이나 유학을 다녀온 사람도 꽤 많고, 관련된 책이나 방송 컨텐츠들도 정말 넘쳐나지만, 거기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다 밝고, 외향적이고, 화려하고, 여유롭고, 자신감 넘쳐보이고... 모두 나와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 같아서 괴리감을 느꼈었다. 그치만 이 책은 수수하고, 내향적이고, 특별히 뛰어난 점도 없고, 미래에 대해 막막해하는, 나와 비슷한 보통 사람이 겪은 미국 유학에 대한 이야기라서 공감이 가고 인상적이었다.

책은 재밌게 잘 읽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책에서 반복되는 내용 중에 이 책의 저자가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걸 싫어했다는 말이 있는데, 그래서 어릴 적 꿈 중에 하나가 작가였다는 말이 나왔을 때 좀 많이 의외라고 생각했다. 보통 작가가 꿈인 아이들은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그 '독서를 싫어했다'는 말이 티가 좀 많이 난다.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안되고, 문장이 쉼표로 너무 길게 늘어져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미국은 철저히 개인주의 사회였기 때문에 한국과 다른 시스템과 사회적인 분위기부터 문화적 이질감이 있었다. 게다가 나와 같이 미국에 혼자 유학을 온 학생들에게는 직계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상황이 아니기에 더욱더 한국과 다르다고 느끼게 된다.

<갑자기, 미국 유학> p.70

책 전체에 걸쳐서 이런 식으로 쓴 곳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20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좀 힘들었다.

만약에 이 책이 그저 작가가 이때까지 살아온 인생을 기념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는 책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책을 쓰려는 마음이 있다면 이런 부분은 좀 고쳐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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