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 오웰의 대표작 ‘Animal Farm(1945)’입니다.
서양문학사 및 영미문학의 고전을 얘기할 때 ‘조지 오웰’ 이라는 이름과 그의 두 대표작
‘Animal Farm’ 과 ‘1984’ 는 결코 빠뜨릴 수 없을 정도로 큰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조지 오웰은(본명: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 1903년생 영국인 작가로 영국치하
인도 벵갈에서 태어나 하급공무원직인 아편부 관리였던 아버지의 밑에서 어렸을 때부터
부잣집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면서 사회적 계급과 돈으로 인해 강자가 약자를 어떻게 압제하는지 뼈저리게 느끼며 자랐습니다. 이후 영국 최고의 명문 이튼(Eton)스쿨에서 왕실 장학생으로 공부했지만 공부에 많은 소질은 없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공무원으로 일하기로 결심한 후 1922년 미얀마로 이사하여 인도제국경찰로 5년간 일했지만 그곳에서 영국의 제국주의에 대한 환멸을 느껴 사임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는데 전념하기 시작합니다.
‘The Road to Wigan Pier(1933)’이라는, 탄광도시 와이건에서 광부들의 투쟁을 그린 글로 인해 유망한 작가가 되지만, 결혼이후 스페인으로 건너가 파시즘에 맞서 영국 독립 노동당(ILP)과 연계해 반스탈린 사회주의 정당인 막시스트 통일 노동당(POUM: Workers Party of Marxist Unification)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전투에서 총탄을 맞아 부상당하기도 했습니다.
이 후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돌아와 스페인 내전에 대한 글을 시작으로 다시 글쓰기에 전념하여 1943년 바로 이 작품 ‘Animal Farm’을 완성하였지만 당시 소련이 영국의 적국이었던 독일과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출판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이유로 출판이 거부되다가 1945년에야 출간되었고, 무려 25만부가 팔리면서 대단한 호평을 받으며 그는 일약 정치사상가로써의 확고한 명성을 갖게 됩니다. 이 후 1949년에 또 하나의 불후의 명작 ‘1984’를 출간하고 이듬해인 1950년 폐결핵으로 인한 폐동맥출혈로 47세의 나이로 작고하였습니다.
‘20세기 영미문학 최고의 연대기 작가(chronicler)’로 평가받으며, 지난 천년동안의 최고의 작가를 선정했을 때 셰익스피어와 제인오스틴 다음으로 3위를 차지한(1999년, BBC 조사) 조지 오웰은 사회부조리에 대한 인식, 전체주의에 대한 강한 혐오, 자선에 대한 열정 등을 시, 소설, 저널, 회고록, 비평, 에세이 등의 다양한 장르로 표현하였는데 그의 대표작은 위 두 작품 외에 ‘Homage to Catalonia’,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 ‘The road to Wigan Pier’, ‘Burmese Days’, ‘Keep the Aspidistra flying’, ‘A Clergyman's daughter’, ‘Coming Up for Air’ 등이 있습니다.
Mr. John의 농장 ‘Manor Farm’에서 어느날 Old Major라 불리는 존경받는 늙은 돼지가
인간에게 사육당하고 착취당하는 농장 동물들의 삶에 대한 통찰과 반란을 통해 만들어질
유토피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죽는다. 이 후 Snowball과 Napoleon(돼지)을 앞세워
Mr. John 을 내쫓고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라는 모토아래 ‘Animal Farm’ 을 만들어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더 이상 인간의 착취와 억압없이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평등의 사회를 구현하려는 처음의 바램과는 달리 점차 지능이 높은 돼지들과 그들을 호위하는 사나운 개들을 중심으로 지배층이 형성되고 의견이 맞지 않던 Snowball을 쫓아낸 Napoleon의 독재가 시작되게 되는데...
자기 자신이 사회주의자요 공산당원이었던 조지 오웰이, 소비에트 연방의 1917년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독재를 격렬히 풍자하는 내용의 이 소설을 썼다는게 언뜻보기에 모순되어 보입니다. 하지만 오웰은 ‘사회주의’가 빈곤이란 난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었지만 극렬한 반자본주의자가 아니라 사회주의 사상과 관행을 영국 사회에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빈곤층이 궁극적으로 국가의 부를 골고루 나눠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던 일명 ‘민주적 사회주의자’였습니다. 당시 영국의 많은 좌파인사들이 러시아 혁명을 가난하고 핍박받는 국민을 위한 사회주의의 실현을 향해 성큼 다가선 신화처럼 추앙하고 러시아가 진정한 사회주의 공화국의 모델인 것처럼 오해하고 있을 때 오웰은 극악무도한 스탈린의 집권은 그 과정이 야만적이었을 뿐 아니라, 레닌, 트로츠키, 또 어쩌면 스탈린 자신이 애초 혁명의 목적으로 삼았을, 진정한 사회주의 원리에도 어긋난 전체주의의 예라 생각하였습니다.
따라서 사회주의 운동의 부활을 위해서는 소비에트 신화의 타파가 필수적이라 굳게 믿고,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궁리중에 우연히 한 시골 소년이 수레를 끄는 말에 채찍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감을 얻어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어릴 때 만화로 볼 때와 어른이 되어서 원작소설로 접한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사회주의의 환상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공산체제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어릴 적 김일성을 거대한 돼지로 표현한 반공만화를 접했던 우리 세대에게 '섬뜩한 익숙함’으로 다가옵니다.
북한을 비롯한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체제를 만들었건간에 궁극에는 사회주의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독재와 억압을 동반한 전체주의로 발전한 것을 보면 그의 작품이 얼마나 깊은 통찰력을 담고 있는지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오웰은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당시의 부정확한 글들이 어리석은 사상과 부정직한 정치를 야기한다며 가능하면 비유, 복잡하고 긴 문장, 수동태, 외래어 등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작가의 6원칙을 제시하였는데 실제로 본인의 글도 상당히 명료하며 복잡하지 않은 편입니다. (소설에까지 적용하라는 원칙은 아니었겠지만) 이 소설도 고어와 농장에 관련된 다소 생소한 단어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숙어들이 간혹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고전치고는 쉬운 영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품에 담겨 있는 통찰과 용기있는 정치적 의도가, 사회주의 혁명이 역사책속에 나오는 수많은 사건중 하나로밖에 여겨지지가 않는 현시대 독자들에게 행여 감동을 주기 힘들다손치더라도 흥미위주의 통속문학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재미와 예측하기 어려운 결말에 대한 묘한 기대감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완독할 수 있는 책입니다. 60년전에 출간되었지만 지금까지도 만화, 영화, 연극 등 수많은 예술 형태로 재창조되고있는 고전중에 고전으로 특히 처음 영문 고전 소설에 도전하시는 분께 강력히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