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ad: Pulitzer Prize Winner (Paperback)
코맥 매카시 지음 / Vintage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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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맥카시의 “The Road(2006)"입니다. 
높은 작품성의 소설로 많은 상을 받은 그는 얼마전에 개봉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소설은 2005년작)’ 의 동명의 원작소설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는 Best Picture를 포함한 4개부문 아카데미상을 석권했고 전세계적으로는 75개의 영화관련 상을 휩쓸며 그 원작만큼이나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The Road’ 또한 작품성을 인정받고 ‘퓰리쳐상’을 수상했고  2007년부터 영화화되고 있습니다.


 코맥 맥카시는 미국 현대 소설계의 최고의 거장중에 한명으로 해롤드 블룸(문학비평가)은 그를 Thomas Pynchon등과 함께 이 시대의 4대 미국인 소설가 중에 한명으로 평가했고, 그의 작품 ‘Blood Meridian(1985)'은 근래 80년간에 발간된 최고의 영문학 100선안에 선정되었으며, 2006년에 뉴욕타임즈에서 지난 25년간 발간된 최고의 영어소설을 선정할 때 3번째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대재앙 이후 폐허가 된 지구, 온통 회색빛으로 덮힌 세계는 그 색만큼이나 암울하고 음산하다. 뿌연 하늘아래 땅에 있는 것은 죄다 타거나 부서지거나, 그을러 있고 온통 재로 덮여있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이 세계에 한 남자와 아이가 길 ‘road ’을 걷고 있다. 폐허가 된 도시와 집들을 뒤지며 간신히 찾아낸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먹고 ‘덮을 수 있는 것’들을 덥고 계속 길을 걸어간다. 극소수 다른 생존자들은 이미 대부분 살기위해 잔혹한 생존방법을 선택했고 아버지와 아들에게 늘 위협이 된다. 그들은 끊임없이 이동하며 ‘해안’을 향한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삶’, ‘죽음’이란 무엇인가, 또한 ‘인간은 무엇 때문에 생존해야하는가?’ 에 대한 고찰은 인류역사를 통틀어 끊임없이 되어왔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만 지난다고, 더 발전된 문명을 가졌다고 그 답에 근접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만약 역사상 최고의 문명을 지닌 현대인에게 그러한 질문을 한다면 살기도 바쁜데 그런 질문을 하냐는 식의 어이없다는 눈빛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도 그럴것이 현대인은 ‘가진 것’이 많은 만큼 너무나 많은 비본질적 문제속에 살아갑니다. 다음 끼니에는 무슨 메뉴를 먹고, 직장일은 어떻게 하고, 돈은 어떻게 모아서, 투자는 어디에 하고 애들 교육은 어떻게 하고, 남는 여가시간, 휴가시간에는 어떤 계획으로 보낼까...실로 셀 수도 없이 많은 결정과 눈앞의 사건들에 대한 생각으로 둘러쌓여 있으니 자연히, 유수한 철학자도 해결하지 못한 어려운 질문에 대해 무관심하게 된 것인지 모릅니다.

 맥카시는 이 책에서 과감하게 그런 우리주변에 있는, 우리의 ‘존재의 본질’에 관련없는 모든 것들을 ‘재’로 만들어 버립니다. 다 불타버린 지구에 아들하나와 함께 홀로 남겨둔채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먹을 것만을 주고 불확실한 위협에 쫓겨 목적지도, 희망도 없이 ‘길’을 걷게 합니다. 심지어 이름까지 주지않고 주인공을 ‘man’ 과 ‘the boy'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생존하는가?’ 라는 질문들을 던지며 생각하게 만듭니다. 정답을 내진 못할지언정 그러한 고민마저 버려서는 안된다는 질책같은 저자의 의도가 담겨져 있습니다. 

 

 이 소설이 단순히 대재앙으로 폐허가 된 지구에서 한 아버지가 수많은 위협으로부터 그 아들을 끝내 지켜내었다는 내용만 가지고 있었다면, 그렇게 참신하지도, 작품성이 높다고도 할 수 없는, 재미가 좀 많이 없는, 밋밋한 어드벤쳐 재난 소설로 치부되어 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비록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작가가 생각하는 답이 담겨있습니다. 아버지에게 아들은 사랑하여 지켜내야 하는 실존하는 아들인 동시에 인간이 마지막까지 지켜내야하는 추상적 의미, 즉 (마지막까지 남아있으므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본질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곳곳에 약간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아들의 말과 행동들이 나옵니다. 둘이 먹을 것도 모자른데 우연히 발견한 한 아이를 같이 데리고 다니자거나, 당신들이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훔쳐간 도둑에게 과도한 연민을 표현하거나 아버지에게 화살을 쏴 다치게한 사람을 쫓아갔다온 아버지에게 ‘그 사람을 살려주었냐’는 질문부터 하는 등 지속적으로 눈앞의 현실만을 쫓아갈 수 밖에 없는 아버지에게 그 마음속 깊은 곳을 자극하며 질타합니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 굶주린 어린아이가 성숙한 어른보다도 더 그러한 생각을 한다는 사실은 다소 비현실적인데, 이것은 작가가 아이를 통해 인간이 마지막까지 지켜야할 ‘덕목’,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요소’가 신을 믿던, 믿지 않던 ‘인간은 존엄하다는 것’, ‘나의 생명만큼 다른 사람의 생명 또한 소중하다는 것’ 이라는 것을 말하려 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높은 작품성의 소설을 만나서 깊이 있는 생각은 많이 할 수 있어 좋았지만,  높은 수준의 작품인 만큼 영어는 다소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쨋거나 영어소설을 읽으시면서 좀더 어렵고 작품성있는 소설을 읽고 싶거나, ‘인간’에 대해 깊은 사색에 빠져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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