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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폐하타령 1
김요수 지음 / 광주드림 / 2016년 5월
평점 :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는데, 상할 수도 있을까? 약이 될 수는 있을까? 독이 될 수도 있을까? 이런 의문들에 대해 어쩌면 답이 될 수도 있는 책을 만났다.
모든 약에는 <주의사항>이 붙어있다. 받아들이는 이의 체질에 따라 약이 독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음식에도 주의사항이 있다. 주의를 준 기한을 넘겨 섭취하면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 영화나 연극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나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이미지와 이념이 보는 이의 생에 영향을 미칠까를 걱정하여 일정한 나이를 제한해 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껏 그 어떤 책에도 독서가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주의를 해야 한다거나, 한 달 이상이 지나면 상한다거나, 이 책의 구성 성분 중 주의해야할 성분이 있으니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독서를 해야 한다는 책은 없었다.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고 한다면 주의사항과 유통기한이 붙었어야 했다. TV가 바보상자이듯이 책에도 바보를 만드는 책들이 부지기수다. 얼마나 많은 편협과 왜곡들이 책에서 탄생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TV에도 붙어있는 <주의사항>이 책에는 하나도 붙어있지 않았다.
드디어 <주의사항>이 붙은 책이 세상에 나왔다. 그의 책에는 성적 터치가 등장하지 않는다. 19금으로 묶을 수 없다. 욕설? 삐~~ 처리가 된 것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책을 읽다가 내 마음에 인 욕설을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금기를 어긴 이유가 될만한 것들이 보이지 않는데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읽으라고 한다. 그럼 혹시?
작가는 친절하게 <주의사항> 외에도 <특이사항>을 실어 독자들의 정신건강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나는 심장병 환자인지라 이 책을 읽기 전에 혹시나해서 약을 복용했다. 그런데도 심장이 쫄깃쫄깃했다. 내 심장 때문이 아니라, 작가가 걱정스러워서!
작가는 소설이라고 한다. 소설이라서 참 다행이다. “대한민국에서 정말 이런 일이 있었어?”하고 불끈했다가 안도를 했다. 소설이라고 하지 않는가!
2015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소설 아닌 소설 <세컨드 핸드 타임>이었다. 형식이 필요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 책도 그렇다. 형식은 세상을 보게 하는 여러 창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책을 보면 앞으로 혹시라도 대한민국에서 있을지도 모를 여러 비극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라고 할까, 환시라고 할까, 데자뷰라고할까 그런 것들을 느꼈다.
소설 한 장, 한 장이 흥미진진했다. 저자는 대단히 정제된 문장으로 담담하게 쓰고 있는데, 정작 읽는 사람은 화가 났다가, 울고 싶어졌다가, 정신없이 웃었다. 그러다가는 의심이 생겨 몇 번을 다시 확인하고는 했다. 이 책 소설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