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도둑 모악시인선 20
천세진 지음 / 모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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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많은 풍경을 훔쳐야 인생 하나를 찍을 수 있을까. 그렇게 찍은 필름은 어느 영화관을 대여해야 겨우 상영할 수 있을까. 팝콘을 먹다가 꾸벅꾸벅 조는 관객은 어디서 구해야 할까.

 

  숨긴 풍경은, 누구의 생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 풍경도둑, 천세진, 모악, 2020. <비비안 마이어> 중에서

 

  비비안 마이어(19262009, 미국, 사진가)는 생전에 15만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가 죽은 이후에야 세상과 만났다. 그녀의 작품 한 장 한 장마다에는 인간의 풍경이 담겨 있었다.

 

왜 비비안 마이어는 그토록 많은 풍경을 담았으면서도 그 풍경들을 세상에 내놓지 않았을까? 그녀가 풍경들을 내놓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다. 풍경들이 잘못 이해될까봐 두려웠을지도 모르고, 그녀가 담은 삶의 풍경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비안 마이어만 풍경을 숨길까? 우리도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풍경을 밖으로 내놓지 못하고 산다. 단 하나도 내놓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풍경을 숨긴 채로 생을 마무리하게 된다

 

인간의 생은 풍경으로 구성된다. 살아오면서 목도하는 많은 풍경들이 일으키는 생각으로 마음속에 풍경을 만든다. 하루에도 수천 장의 풍경이 만들어진다. 그 많은 풍경들 중에서 그때그때마다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것 몇 개를 골라서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밖에 펼쳐놓는다.

 

풍경들을 밖으로 모두 토해내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일부의 풍경들만이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꾸며진다. 한 사람이 품고 있는 나머지 대부분의 풍경들은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생의 끝과 함께 사라진다.

 

, ‘생의 극장에서 끝내 상영되지 못한 안타까운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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