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과 두려움은 수평 저울의 두 선반처럼,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한쪽은 반드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 사람에게 두려움이 없을 수는없었으므로 그 자체를 무시하기는 어려웠지만, 두려움이 감정을 지배하는 시기는 통제할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미룰 수 있으면 미루는 게좋았다. 미루어지는 시간만큼 현재에 더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배짱은 뭐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염려때문에 현재의 감각이 마비되게 하지는 않았다. 잘되는 못되는 뒷일은 뒷일이었으므로 적어도 현재의 자신과, 거기 속한 영혼이 불안에갉아먹히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다. 배짱이란 앞일을 잘 헤쳐나가기위해서도 필요하겠지만 그렇게, 현재를 감각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를 오롯이 감각한다는 건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일 수 있었다. 그 현재의 느낌이 쌓여 미래의 자신을 만들 수도 있기때문이다. - P103
"상납이요?"
"나도 형한테 들은 얘기인데, 우리나라에 살면 돈이 많을수록 돈을 안 써도 된대. 그냥 돈이 많다는 것만 보여주면, 그 사람한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자기 돈을 쓰기에도 바쁘대. 술도 사고 밥도 사고 선물도 사주고, 그래서 정작 돈 많은 사람은 쓰고 싶어도 쓸 일이 별로 없다는 거지. 자기보다 백배 돈이 많은 사람한테 자기 돈으로 뭔가를 자꾸 가져다 바친다는 게 생각해보면 이상한데, 이상해도 그게 그렇다니까. 모르지 뭐 나야, 씨발. 그런 세계에 안 살아봤으니까."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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