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오가와 사야카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서평]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 탄자니아 및 아프리카의 경제 세계에 관한 문화기술지

 

 

뜻밖에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은 탄자니아 및 아프리카 문화기술지이다.


이런 연구를 하고, 문화기술지 연구를 경제학적 측면에서 이토록 의미있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과 그런 것들을 모두 제쳐두고라도, 읽는 그 자체로 새롭고 신선하기도 하고, 주류의 자본주의 체제라는 경제적인 삶이 모두인 것처럼 여기게 만드는 현대사회, 그리고 그 안에서 나아질 기미없는 삶을 사는 현대인 중 한명인 나에게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불러일으켜 준 책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이해가 안가는 그들의 삶이지만(돈을 빌리고 빌리고, 그럼에도 받지 못할 돈을 다시금 빌려준다든지, 여러 지인들에게 급하게 조금씩 돈을 빌려 좋은 물건을 사서 장사를 해서 갚겠노라했지만 그런 물건을 결국 못찾는지 등등), 논리적인 이해는 안가도, 이상하리만큼 더 공감이 되고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럴 수도 있구나' 싶으면서.. 매달 똑같은 월급을 담보로,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하루하루 시달리는 우리보다 그들이 삶이 훨씬(?) 현명하고, 유연하며, 상호 의지적이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경제분야를 연구대상으로 한 문화기술지라, 세계 주류 경제나 지하경제, 제3세계의 경제적 현상에 대한 흐름에 대해 소수 혹은 약자로 놓인 사람들의 생활이 어떤지, 그들은 우리와는 어떻게 다른 시간적 흐름을 느끼며, 경제적인 일(돈 벌이)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고 있는지,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지인들에게 '빚'내는 현상 및 금융권에는 먼저 돈을 갚아도 지인들에게는 빌리고 또 빌릴 수 있는 경제적인 관계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등등 모든 것이 다른 세상 이야기긴 했어도, 그렇기에 더 의미있게 살펴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시간 개념이 없는 민족들은 누군가네 집에 더 많은 식량이 있을 경우 모두가 빌려주게 되어있어,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생계를 최소로만 유지하게 되고, 오히려 서로 분배함으로써 내가 어려울 때 자연스럽게 빌릴 수 있는 생활 모습이라든지,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는 업종으로 매우 유동적으로 직업을 바꾸는 '제너럴리스트'의 삶도 어찌보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자질(?) 같은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조품(짝퉁)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진품과 매우 유사한 짝퉁을 비싸게 사느니, 차라리 스펠링이나 로고가 살짝 틀린 건 상관이 없으니 '가짜를 가짜 가격에 주고 사는 것, 그게 더 현명하다'라는 그들의 태도는 명품의 값어치라는 게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하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 것 같다. '돈'과 '직선적 시간-미래를 향해 지금의 고통을 견디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제3세계 사람들의 다소(?) 다른, 어쩌면 우리와는 180도 다른 태도와 삶의 철학들을 통해 기존의 통념들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엉뚱한 그들이 세계가 유쾌하면서도, 때로는 현명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참 많았던, 무척이나 인상 깊게 남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