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읽는 청소년 책 - 박상률 작가가 말하는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읽는 책
박상률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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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기 시작하는 것, 그것 자체가 운명이다."

내가 읽은 최고의 '독서 명언'이었다. 일생을 품어 온 궁금증이 풀렸다. 그렇다! 읽는다는 것 자체가 운명이었다!! 내 삶이, 동료들의 삶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깨달았다. 책이 준 운명 때문이었다.

박상률의 <어른도 읽는 청소년 책>(학교도서관저널>에서 발견한 명언이다. 줄치고, 접고, 낭독했다.

문제는 책 전체를 필사하고 싶다는 것! 한장도 지나칠 수 없는 걸작이다. 김찬호의 <모멸감>과 함께, 2014 올해의 책으로 '열렬히' 추천한다.

적정 독자가 있다면 누굴까? 교사? 사서? 학부모? 청소년?

땡!!!

그냥 '사람이라면' 다 읽어야 할 책이다.(이렇게 흥분하는 건 실로 몇년만이다.) 표지만으론 독서교육서나 서평집 쯤으로 보일 수 있다. 장담하건데, 30p만 읽어보시라. 흔한 교육서와 서평집이 아님을. 빠르게 읽어야 할 책도 아님을. 읽고 꽂아두기만 해서는 안 될 책임을 알게 될 것이다.

굳이_이 책의 가치를 정의하자면 <소장용 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책을 빌려 읽고 반납하는 것은 악몽이다. 곱씹고, 각성하고, 실천해야 할 책. 오래, 여러번 읽어야 할 책이다.

추천하는 이유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 문학 읽는 법을 이보다 친절히 안내해 준 책이 또 있었나?
- 감상에 빠져 '추천'을 날리지 않는다. 사회문화역사의 맥락에서 본 양서 추천집이다. 객관적이며, 논리적이다.
- 청소년을 바라보는 인문적 시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아이들을 향한 지극한 사랑이 눈물겹다.
- 담담한 책 소개, 그 행간에 배인 '저항의식'이 독자를 압도한다. 이런저런 발췌를 꿰다 놓은 서평집과는 비교 할 수 없다. 저자의 시각과 책소개의 환상적인 조합. 서평공부하는 이라면 필독서다.
- 탁월한 책 선정이 돋보인다. 책 본연의 완성도만이 아닌, '책의 정신'을 중시한 사려깊은 선정에 박수를 보낸다.
- 그리고, 비범한 열정과 눈부신 문체. 마음가는 부분이 있으면 일단 줄치고 낭독해보자. 입에 감긴 언어들이 핏줄을 타고 심장으로 흘러 박동수를 자극할 것이다.

좋은책을 만나면, 열정이 솟는다. 폰발췌, 폰서평이라 아쉽지만 날것의 글이라 남긴다. 덜 다듬어진 졸필을 박상률 선생님께 바친다.

[ 본문 발췌 일부 ]

문학은 다른 어떤 학문이나 예술 갈래보다도 언어를 중시한다. 언어를 통해서 세계를 구축하고 설명한다. 언어가 표현 도구인것이다.

문학이 인간에게 중요한 건 바로 이 점이다. 언어로 세계를 구성하는 인간에게는 늘 문학이 필요하다. 청소년에겐 더욱 그러하다. 어린아이는 아직 자아와 세계가 통합되어 있어 별다른 갈등을 느끼지 않는다.

이에 비해 청소년은 자아 사이에 틈이 생겨나기 시작해 점차 균열이 심해진다. 청소년은 흔들리는 자아와 셰계 사이에서 어떻게 자아를 붙들고 세계를 구성할지 망설인다. 이것이 어린아이와 어른보다 청소년에게 문학이 더 필요한 이유다. p.15

그렇다면 자식들에게 부모가 본보기가 되는 것은 아주 불가능한 걸까? 결론은 여간해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선지자는 고향에서 안 알아준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가까이 있는 것은 아무리 위대한 것일지라도 하찮고 시시해 보이기 때문이다. p.25

(위 생략) 자식에게 이런 말을 안 듣고 상처를 안 받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먼저 부모 자신의 욕망이 덧씌워져 있는 위인전을 버려야 한다. 위인의 삶과 업적따위를 영웅적으로 적어 놓은 위인전은 위아래 세대 모두를 망친다. p.27

가능하다면 누구든 좋아하는 걸 하면서 평생을 살아야한다. 억지춘향격으로. 기나긴 생을 살아선 안된다. 그러려면 부모들이 자신의 뜻을 자녀들에게 뒤집어씌워선 안된다.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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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호 작가의 팬입니다. 지금까지 쓰신 책들이 한국사회의 폐부를 찌르고, 환부를 도닥이는 가교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겠죠. 초대해주신다면, 귀 기울여 저자의 목소리를 듣고 질문을 보태보겠습니다. 좋은 강연 기획 마련해주신 알라딘 창비에게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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