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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비 선생님의 마지막 날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61
존 D. 앤더슨 지음, 윤여림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9년 8월
평점 :

* 빅스비 선생님의 마지막 날
* 글 존 D. 앤더슨
* 옮김 윤여림
* 미래인
"세 명의 학생. 한 명의 선생님.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그날."
문의 작은 창에 눈만 빼꼼 내밀고 있는 세 아이의 모습.
아이들의 눈동자가 개구져 보이지만은 않다.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토퍼, 스티브, 브랜드,
이 책 속 주인공 세 친구의 이름이다.
모험 놀이를 좋아하고 창의력 넘치는 아이,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싶은 크리스토퍼,
숫자, 통계, 세계기록 등을 외우는 기억력 천재, 전교 1등을 강요하는 부모님의 과한 관심 속에 있는 스티브,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재주꾼이지만 사고로 다리를 잃은 장애인 아빠때문에 힘들어하는 브랜드,
세 친구가 돌아가며 각자 이야기를 이어간다.

토퍼는 세상에 여섯 가지 유형의 선생님이 있다고 말한다.
좀비 유형, 카페인 중독자 유형, 던전 마스터(교도관) 유형, 스필버그 유형, 신참 유형, 좋은 선생님!
그 중 빅스비 선생님은 학교라는 고문을 견딜 수 있도록 해주는 유형인 좋은 선생님!
"... 가장 중요한 건 학생들의 말을 들을 때는 온전히 그 얘기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다른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얘기하면 교실을 여기저기 쳐다보기 일쑤인데,
빅스비 선생님은 두 눈을 학생에게 고정하고
학생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려주신다." - p. 38
일생에 나의 이야기에 집중해 주시는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는건 행운인것 같다.
재작년 큰 아이가 친구 관계로 힘들어 했을 때, 선생님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짬짬히 우리 아이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그 고비를 잘 넘기고 학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나 역시도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해 고민하던 고 3시절 만난 교회 선생님이 내 편이 되어 주셔서 늘 생각나고 감사한 분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선생님이 췌관선암종이라는 병에 걸리셨다는 소식.
이번 학년 끝까지 가르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스티브는 앞으로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빅스비 선생님은 암을 무찌를 것이라 믿고 싶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공식적으로 학교에 나오는 마지막 날에 파티, 일종의 송별회를 열기로 했는데...
파티는 열리지 못했다.
송별회 4일 전, 교장선생님을 통해 영상메세지로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된 아이들.
이렇게 선생님과 작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괴짜 삼총사 토퍼, 스티브, 브랜드,
주말에 선생님 병원에 찾아가 조촐한 송별회를 가지기로 한다.
하지만, 또 꼬였다!!
선생님이 금요일에 머나먼 대학병원으로 이송된다는 것!!
"나는 천재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잘 아는 게 하나 있다.
빅스비 선생님은 올해 돌아오시지 못한다.
나는 병원, 의료 절차, 회복 기간 같은 것들에 대해 조금 아는 바가 있다.
가끔은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나, 혹은 진실의 일부만 말하는 게 나을 때도 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내가 선생님한테 꼭 해야만 하는 말이 있다.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생님을 보러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 p. 44

아이들은 큰 결심을 한다.
금요일 아침, 작전 개시!
등교하는 척 학교에 갔다가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에 가기로!!
학교 행정실에 결석한다는 가짜 전화를 하고 시내를 향한다.
파티를 위한 각자의 준비물도 챙기고, 추가로 필요한 세 가지의 물건을 사러 간다.
첫 번째, '미셸 베이커리'에서 '화이트 초콜릿 라즈베리 슈프림 치즈 케이크' 사기
두 번째, 치즈 케이크와 어울리는 와인 사기
세 번째, 맥도날드의 라지 사이즈 감자튀김 사기
그런데, 준비물을 사는 것도 수월하지 않다.
미셸 베이커리에서 파는 '화이트 초콜릿 라즈베리 슈프림 치즈 케이크'의 가격은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미성년자인 세 아이에게 와인을 판매할 주류 판매점이 있을까?
그나마 문안하게 살 수 있는 감자튀김이지만, 병문안 준비물 치고는 어울리지 않는 듯...

병원으로 향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밝혀간다.
무단 결석을 하면서까지 빅스비 선생님 병문안을 가야하는 진짜 사연을...
모범생 스티브,
줄줄이 A뿐인 성적표에서 못생긴 B를 받은 성적표를 본 아빠가 급히 잡은 학부모 면담,
채점 체계의 오류를 운운하며 결과만을 중시하는 아빠에게 굴하지 않고,
결과가 아닌 성장하고 있는 스티브의 과정에 집중해 달라고 이야기 하는 선생님.
아빠와 단 둘이 사는 브랜드,
갑작스런 아빠의 추락사고로 가장이 된다.
눈보라 속에서 홀로 장바구니를 들고 가던 브랜드를 알아보고 태워주신 빅스비 선생님,
그 이후 이어진 선생님과 둘 만의 이야기.
그림을 잘 그리는 토퍼,
방과 후, 재활용 쓰레기통을 살피는 빅스비 선생님의 손에 들려진 자신의 그림,
자기가 버린 그림을 모아 폴더에 모아두셨다.
선생님이 간직한 꿈이 담긴 비밀 서랍장에 속에 토퍼의 꿈도 보관하고 계셨던 선생님.
"아무도 우리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지.
그럼 관심을 받기 위해 눈에 띄는 행동을 해야 할 것 같거나,
다른 사람인 척해야 할 것 같기도 할 거야.
하지만 누군가는 알아보고 있단다, 토퍼. 누군가는 다 보고 있어.
누군가는 네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절대 네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마." - p. 233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주신 것은 작지만 소중한 꿈과 용기였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각자의 재능을 응원해 주신 빅스비 선생님~!

"지구에서 머무는 날이 딱 하루 남아 있다면?
내 인생의 선생님을 위한 아주 특별한 송별회"
이 책의 부제로도 어울릴 문구이다.
투병을 위해 학교를 그만둬야하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송별회,
두리번두리번 익숙하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괴짜 삼총사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늘 별것 아닌 일도 대단한 것처럼 느끼게 만든 선생님,
그렇게까지 집착하며 찾아가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선생님을 기억할 것이다. 결국 좋은 선생님은 잊히지 않는 법이니까."
빅스비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서,
내 인생 속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웃음지어 본다.
지금도 어디선가 빅스비 선생님 같은 분들이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을 것이고,
우리 아이들도 꿈과 용기를 주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특별한 세 아이와 빅스비 선생님의 마지막 송별회의 모습은...
책으로! 그리고 곧 나올 영화로 만나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