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귀신 잡는 날 북멘토 가치동화 35
신은경 지음, 이수진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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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귀신 잡는 날

  * 글 신은경

  * 그림 이수진

  * 북멘토

 

<불귀신 잡는 날>은 조선 시대 소방관인 멸화군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물을 나르고 불길을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

불귀신은 공포영화 속 귀신이 아닌 진짜 불!

아픈 것도 귀신 때문이듯, 불도 귀신 때문에 났다고 생각하는 건가?

 

"차돌이 아버지는 보름 전 한양으로 올라왔어요. 군역을 치르기 위해서였어요. 군역은 조선에 사는 열여섯 살에서 예순 살 사이의 남자라면 천민을 제외하고 누구나 져야하는 의무였어요.

차돌이 아버지도 일 년에 두 달은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켰어요. 한양을 지키는 군인을 중앙군이라 하는데, 차돌이 아버지는 해마다 중앙군에 배치되어 한양에 올라왔지요. 올해는 처음으로 불을 끄는 멸화군에 배치되었어요."

- 본문 중에서 -

"멸화군"이란 수성금화사라는 관청 소속의 군인으로, 조선 시대 소방관이다. 50여 명의 인원이 조를 짜서 돌아가며 순찰을 했다. 멸화군은 불 끄는 일만하는게 아니라, 불이 났는지 감시하는 일, 불이 나지 않게 미리 준비하는 일도 한다. 다섯 집마다 놓인 물독은 제대로 채워놨는지, 불이 번지지 않게 집과 집 사이에 담을 제대로 쌓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정식 군인도 있겠지만, 차돌이 아버지처럼 군역을 치르는 남자들이 배치되기도 했다.

충청도 싸리골에 사는 차돌이는 아버지가 불을 끄다 다치셨다는 소식에 한양으로 올라오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큰 건물들...

두리번거리는 차돌이의 모습에 공감이 간다.

서울을 처음 갔을 때,

외국 여행을 갔을 때,

당당한 척 하지만 나도 모르게 구경하느라 두리번거리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아무리 속마음을 감추려해도 눈 앞에 펼쳐진 신세계에 무뚝뚝해지긴 쉽지않을 것이다.

어렵게 올라온 한양에서 만난 아버지,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아버지를 만나고 보니 잘못 전해진 소식이었다.

아버지가 한양 사람을 조심하라고 하셨지만, 흘려듣더니...

눈 뜨고 코 베인 차돌이...

전 재산 무명 한 필과 저화(오래 전 가치를 잃은 화폐)를 바꾸어 빈털털이가 된다.

(예전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응* 드라마에서 서울로 공부하러 간 학생이 탄 택시가 서울에서 뺑뺑이를 돌던 장면이 떠오르는건 왜일까^^;;;)

여차저차 주막의 중노미로 일하게 되고, 심부름을 갔다가 코 베어간 한양 깍쟁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깍쟁이의 모습이 너무 불쌍하다.

허름한 초가집, 낡은 지붕, 병든 어머니와 동생까지...

먼저 용서를 구하고 사과하는 모습에 마음이 수그러든 차돌이.

싸리골 차돌이와 한양 썩은바위골 진남이는 친구가 된다.

 

어느 날, 주막 손님으로부터 중국 병서에서 읽은 대나무로 만든 물쏘개에 대해 듣게 된다.

아버지를 돕고 싶은 마음에 물쏘개에 필이 꽂힌 차돌이,

진남이, 동생 순남이와 함께 한 번도 본적없는 '물쏘개'를 만들기 위해 고전분투 한다.

어렵게 얻게 된 대나무로 실패에 실패를 거쳐 하나의 물쏘개를 완성하고, 불 끄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날 밤 진남이네 건너편 기와집에 불이 나고,

"멸화군이다!"

"누군가가 내지른 소리에 달려가 보니 도끼와 쇠갈고리, 밧줄, 멸화자, 불 덮개를 든 멸화군들이 달려가고 있었어요. 그 뒤로 불이 났을 때 물을 길어 나르는 여자 노비들이 물통을 들고 따르고 있었어요."

"멸화군은 열심히 불귀신을 향해 물을 끼얹었어요. 몇몇은 멸화자에 물을 적셔 불귀신을 때려 댔어요. 하지만 불귀신은 죽지 않고 자꾸만 살아났어요. 몇몇 멸화군은 물에 적신 불 덮개로 불귀신이 숨을 못 쉬게 꼭꼭 눌러 댔어요. 하지만 불 덮개마저 날름거리는 불귀신의 입 속으로 삼켜지고 말았어요."

- 본문 중에서 -

멸화군이 불을 끄러 출동하는 모습을 처음 본 차돌이.

불을 끄는데 도끼와 쇠갈고리를 들고 간다고?

막대걸레 같은 것(멸화자)으로 불을 끈다고?

멸화군이 하는 일과 불끄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해놓았다.

오늘날 소방차, 소화기, 헬기로 불을 끄는 모습과 너무 다른 모습에 생소하기도, 신기하기도 하다.

집주인은 낮에 실험(?)하던 진남이를 방화범으로 몰았고, 결국 진남이는 잡혀갔다.

진남이는 혼자서 불장난을 한거라고 하고...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차돌이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하지만 진실을 밝힐 용기가 나지 않는 차돌이는 진범을 찾기 시작하는데...

 

 

이 책에는 멸화군의 이야기와 함께 조선 시대 다양한 생활 모습이 재미나게 펼쳐져 있다.

종루를 중심으로 늘어선 시전 행랑의 모습,

귀걸이 한 사내들,

주막에서 술 마시는 손님 중 아줌마 몰래 공짜 안주를 집어 먹는 시끌벅적한 주막의 모습,

해마다 추수가 끝나면 묵은 지붕을 걷어내고 새 짚으로 이엉을 얹는 서민들 이야기,

충청도 싸리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나무를 한양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

양반집 장례식에서 쓰는 대나무 지팡이와 오동나무 지팡이 등...

신은경 작가가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해서인지 구체적인 설명과 묘사 덕분에 옛날 사람들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림그리듯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다.

작가는 차돌이와 어린 워싱턴의 용기를 저울질 할 수 없듯이 각자의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진정한 용기'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진남이의 어려운 형편을 알고 용서하는 차돌이의 착한 마음,

친구와 동생을 위해 혼자 죄를 뒤집어 쓴 진남이의 의리,

사실대로 고백하지 못했지만 진짜 범인을 잡겠다고 찾아다닌 용기,

참된 우정과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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