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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사일런스
외이뒤르 아바 올라프스도티르 지음, 양영란 옮김 / 한길사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나스는 자신의 삶은 마감하기로 결정한다.
생을 마감하는 건 처음인지라 여러 방법을 생각해본다.
유명한 시인들의 자살 방법을 찾아보고, 이웃 스바루스에게 총을 빌린다.
천장에 목을 메다는 방식은 딸 님페아가 발견할 상황을 생각하며 거둔다.
그러다 아예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전쟁을 거친 호텔 사일런스로 목적지를 설정한다.
그 곳을 자신의 마지막 일주일을 보낼 곳으로 삼았다.
그러나 요나스는 일주일, 열흘 그렇게 아직 존재하고 있었다.
▶ 그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
요나스의 삶을 하루, 이틀 연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딸 님페아에게 처참한 광경을 보여줄 수 없어 외국으로 나가는 모습, 전쟁이라는 참혹한 시기를 견딘 메이에게 자신의 삶을 끝내려 왔다 어찌 말할 수 있을까라고 입을 다무는 모습, 메이와 아담에게 자신의 시신을 치우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습 등을 보며 요나스는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라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상처를 걱정해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귀가 잘 안 들리고 말을 할 수 없었던 메이의 아들 아담.
아이의 그림엔 검은색 아니면 빨간색만 가득했다.
전쟁을 경험한 아이에 세상엔 검은색과 붉은색만 가득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날 부터 말을 한두마디 하기 시작하더니
파란색으로 도화지에 엄마를 그렸다.
색을 잃어버렸던 소년이 오렌지색 나무를 그리며 숲을 그리게 되었다.
아담의 변화가 가장 잔잔한 울림을 주며 감동이었다.
앞으로도 아이의 도화지에 더욱 무수히, 찬란한 색들이 추가되기를.
호텔 사일런스와 그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아픔을 겪었기에 "당신은 여기에 무엇을 하려고 왔나요?"라는
경계심을 먼저 내비칠 수 밖에 없지만
누구보다
'나는 이래요.'라고 다른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던 사람들이다.
요나스의 손길을 통해 호텔 방이 하나씩 고쳐진다.
모래가 가득했던 곳에서 맑은 물이 나오고, 삐걱대던 창문을 고정시키고
전문가의 손길이 아니기에 보장된 수리라곤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할까.
미비한 손길이라도 필요했던 곳에 완벽이 큰 의미가 있을까.
치유를 상징하는 의미를 많이 찾아낸지는 모르겠다.
괜히 의미를 붙이는 것 같아 조심스럽기도 하다.
다만 드는 생각은
우리는 거창하지 않게 살아가고 그게 우리를 살아가게 만든다.
스스로 불행하다 말하는 요나스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호텔 사일런스에 갔고, 거기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나눴다.
엄청난 사건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나아가고 있는 시간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