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 - 드레퓌스사건과 집단히스테리
니홀라스 할라스 지음, 황의방 옮김 / 한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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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프랑스어 : J'accuse)


신문 로로르(L’Aurore)지 1898년 1월 13일자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드레퓌스 사건에 격분한 에밀 졸라가 대통령에게 보내는 형식의 글로써,

처음에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란 제목으로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로로르>지의 편집장 클레망소가 ‘나는 고발한다!’로 바꿀 것을 권했고

몇 시간 만에 30만부가 팔렸다.


무엇보다 드레퓌스 재심 운동이 다시 타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고발한다'를 통하여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중고등학생 때 읽어본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이후

처음으로 정식 역사서를 읽어본 것 같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인간답게 인간이 만들어낸 사건이 참 드라마 같다.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본다.

드레퓌스 사건 조사 중

군 정부내에 스파이가 존재함을 알고 조사에 착수한다.

그러다 발견한 'D'라는 이니셜. 이것이 범인으로 드레퓌스를 지목하는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유대인에 대한 반우호적인 감정은 미흡한 증거마저도 그를 범인으로 단정짓게 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필적 감정이었다. 드레퓌스와 스파이가 남긴 쪽지를 대조해보고는 '왜 내가 몰랐을까.'라며 이마를 탁 치는 인물이 있다.

정말 비슷하게 보였던 걸까?

아니면 빨리 범인을 찾고 싶은 마음에 비슷하게 보여진건 아닐까?

필적 감정사들조차 우물쭈물하며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증거임에도

사건 조사자들은 확신했다.


주어진 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았다.



물론 현재와 기술력의 차이가 있겠지만,

무고한 유대인을 추락시키는 추진력은 자신감으로 가득 찼으며, 신속했다.

 

 

 

 

지식인이란

에밀 졸라, 클레망소, 피카르

 

 

진범인 에스트라지가 쉽게 무죄로 석방되는 것을 본 에밀 졸라는 격분한다. 곧바로 '나는 고발한다!' 글을 작성한다. 그러나 발표되기 전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참된 지식인이란 무엇일까.



드레퓌스의 무죄를 이끌어낸 자들을 보면 '알고 있기만' 하지 않았다.

이들은 행동했으며, 자신들의 신념을 제창했다.

앎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게는 지식이 얼마나 있을까.

문자로 적립하는데에만 치중하지는 않았을까. 앞으로도 나를 이뤄갈 지식을 잘 쌓아가고 싶다.

실수하고 수정을 거칠지라도 곧게 다듬어가고 싶다.

휩쓸려가고 싶지 않다.

 

 


 

사람이 이뤄내는 것들

사회, 언론, 국가, 사상, 역사

 

 

우리는 쉽게 정보를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풍부함을 넘어서 포화상태라 칭하기도 한다.

넘실거리는 파도 속에서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상태에 익숙해져있지는 않은가?

처음 드레퓌스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조사가 진행될 때

언론은 쉴 새 없이 기사를 토해낸다.

갈수록 진실을 대변하고자 하는 의지는 없다.

와르르. 찍어낸다.

물들어 올때 너도나도 노 저으려는 듯한 언론 경쟁의 모습을 보며

어느 배를 주의 깊게 살필지 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문해력이 저조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기술과 진보에 박수를 보내지만 우리가 놓치고 지점은 없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책 말미에 적힌 말에 공감했다.


역사는 엇비슷할지도 모른다

역사는 나라,인종, 시기를 막론하고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 하다.

나와 관련이 없고 전혀 모르던 소식에도 익숙한 느낌을 받고는 한다.

그래서 잊지말라고 하는 걸지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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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사일런스
외이뒤르 아바 올라프스도티르 지음, 양영란 옮김 / 한길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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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나스는 자신의 삶은 마감하기로 결정한다.

생을 마감하는 건 처음인지라 여러 방법을 생각해본다.

유명한 시인들의 자살 방법을 찾아보고이웃 스바루스에게 총을 빌린다.

천장에 목을 메다는 방식은 딸 님페아가 발견할 상황을 생각하며 거둔다.

 

그러다 아예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전쟁을 거친 호텔 사일런스로 목적지를 설정한다.

그 곳을 자신의 마지막 일주일을 보낼 곳으로 삼았다.

그러나 요나스는 일주일열흘 그렇게 아직 존재하고 있었다.

 

 

 

 

▶ 그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

요나스의 삶을 하루이틀 연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딸 님페아에게 처참한 광경을 보여줄 수 없어 외국으로 나가는 모습전쟁이라는 참혹한 시기를 견딘 메이에게 자신의 삶을 끝내려 왔다 어찌 말할 수 있을까라고 입을 다무는 모습메이와 아담에게 자신의 시신을 치우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습 등을 보며 요나스는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라 느껴졌다다른 사람의 상처를 걱정해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귀가 잘 안 들리고 말을 할 수 없었던 메이의 아들 아담.

아이의 그림엔 검은색 아니면 빨간색만 가득했다.

전쟁을 경험한 아이에 세상엔 검은색과 붉은색만 가득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날 부터 말을 한두마디 하기 시작하더니

파란색으로 도화지에 엄마를 그렸다.

색을 잃어버렸던 소년이 오렌지색 나무를 그리며 숲을 그리게 되었다.

아담의 변화가 가장 잔잔한 울림을 주며 감동이었다.

앞으로도 아이의 도화지에 더욱 무수히찬란한 색들이 추가되기를.

 

 

 

 

호텔 사일런스와 그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아픔을 겪었기에 "당신은 여기에 무엇을 하려고 왔나요?"라는

경계심을 먼저 내비칠 수 밖에 없지만

누구보다

'나는 이래요.'라고 다른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던 사람들이다.

 

요나스의 손길을 통해 호텔 방이 하나씩 고쳐진다.

모래가 가득했던 곳에서 맑은 물이 나오고삐걱대던 창문을 고정시키고

전문가의 손길이 아니기에 보장된 수리라곤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할까.

미비한 손길이라도 필요했던 곳에 완벽이 큰 의미가 있을까.

 

 

치유를 상징하는 의미를 많이 찾아낸지는 모르겠다.

괜히 의미를 붙이는 것 같아 조심스럽기도 하다.

 

다만 드는 생각은

우리는 거창하지 않게 살아가고 그게 우리를 살아가게 만든다.

 

스스로 불행하다 말하는 요나스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호텔 사일런스에 갔고거기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나눴다.

엄청난 사건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나아가고 있는 시간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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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와 함께한 시간
제임스 캔턴 지음, 리모 김현길 그림, 서준환 옮김 / 한길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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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라는 특정 주체를 관찰하고, 감상하고 


그로부터 발현된 감정을 돌아보는 내용이다. 




물론 일차원적인 숲과 나무, 생물에 대한 묘사내용도 서술되어있다. 


자연 에세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읽어볼 수 있었다.


언제 상수리나무에 대해 이렇까지 자세하고 오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 싶다.




생물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닌지라 지식이 짧은데


각주 설명이 있어 다행이었다. 좀더 자세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중간중간 그려진 일러스트가 책의 분위기를 더해준다.


일러스트 자체를 한참 져다보게 되기도 하고


여기에 내 상상을 더해보기도 하고


그 속에 들어가보기도 한다.






무언가 하나를 오래도록 들여다보는 자새.


능력을 인정해주고 좋은 점을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


나도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위엄 있는 평정심"과 온유함은 나도 상수리나무에게 배우고픈 자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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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억 - 철학자 김진영의 아포리즘
김진영 지음 / 한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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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표지를 보고서 '푸른빛이 참 맑고 투명하다.'라고 생각했다. 책장을 열어 들여다볼수록 투명함 속에 일렁이는 아련함이 느껴졌다.


가장 놀랐던 것은 정갈한 표현이다. 이미 아는 단어들을 다시 보게 한다.색다른 비유와 나열은 본래 의미를 더듬적더듬적 떠올려보게 해준다. 그리고 쓰여진 곳에서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기억하게 한다.


아우에 대한 그리움과 우울감,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 등이 아포리즘 형태로 적혀있다. 모든 문장이 이어져 있지 않고 짧은 글 여러 개로 이루어진 구성이다. 지나간 페이지를 기억하거나, 통째로 흐름을 관통하며 알아야 할 것 같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오히려 길지 않은 구절 속에서 오래 머무르게 될 것이다. 무심한 듯한 작가의 관조적 태도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우선적으로 하트,분홍빛, 발그레한 얼굴이 떠올랐던 사랑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었던 책이다. 이 잔잔함에 한동안 머무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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