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 - 회사 밖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가희 지음 / 찌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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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밖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라는 부제가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대학 졸업하고 바로 취직해서 일을 시작했는데

회사를 다닌다는 자체가 내게는 너무 고욕이었다.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야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관계도 힘들었고

아침 일찍 일어나 사람들 틈에 끼어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사무실까지 가는 그 길도 매일이 힘들었고

친한 것도 아니고 안 친한 것도 아닌 사람들과 먹는 점심... 그리고 잦은 저녁도 너무 힘들었고..

그냥 모두 다 힘든 것들 투성이었다.

하.. 이렇게 말하고 나니 되게 사회 루저 같은 느낌이 들지만...ㅋㅋ

그래도 나는 결혼하고 애 낳고도 그렇게 한참을 회사에 다니면서 힘들어했다...ㅋㅋㅋ

진짜 지긋지긋했다. 그러다가 월급날 돈 들어온 거 보면 잠깐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또 막상 내가 일한 돈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어서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다 비슷비슷하겠지.. 싶기도 하지만

인터넷을 둘러보면 나만 빼고 다 돈도 잘 벌고 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나는 40살이 되던 해에 회사를 나와서 내 회사를 차렸다.

겁도 없고, 나는 회사 같은 거 안 차릴 거야...라는 그동안의 내 말을 스스로 져버리는 행위였지만

더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었고,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고 있자니 내 삶이 없어지는 것 같았고,

그동안 하던 일을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기에 용기 아닌 용기를 냈다.

그렇게 3년 차가 되었는데, 집에서 혼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나면 집안을은 밀려 있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려고 하면 왜이렇게 집중력은 떨어지는지... ㅎㅎ

그러다 보면 벌써 애들 데리러 갈 시간이고...

회사 다닐 때보다는 당연히 결과물도 빨리빨리 나오지 않는데

그렇다고 지금 다시 회사를 갈 생각을 하면 자신감도 없지만 그 끔찍한 곳을 다시 가고 싶지는 않고...

지금은 아이들 돌보면서, 내가 마트 가고 싶을 때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그놈의 마트.. 여행도 아니고.. ㅠㅠ) 자유의 시간(?)을 겸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 한 편은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예전 월급 통장을 바라보면 그냥 그게 낫나.. 싶은 생각이 가끔씩 들기도 하는... 그런 프리랜서 자영업자라고 생각을 하면 불안함이 들기도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라는 책은 KT에서 일하다가 자영업자가 된 프리랜서 유튜버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가 쓴 책이다. 사실 저자가 책유튜버를 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세세하게 써 놓은 것이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겪었던 어려움, 40살이 되면서 회사를 나와 나의 회사를 차리면서 살아가고 있는 하루하루와 비교가 되면서 되게 많이 공감이 됐다.

저자가 책 유튜버 활동을 하면서 "책 좋아하시나 봐요?"라는 질문을 엄청 듣지만,

사실 책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었으며, 사업 계획서를 쓰면서 왜이렇게 시장이 작은 책을 선택했던 것일까..라는 후회를 한다는 대목은 되게 많이 공감이 됐다.

사실 내가 하는 사업도 크기가 작은 분야이고, 미래에는 없어질지도 모를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내가 그만두지 않으면 평생 다닐 수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처럼

나도 내가 그만두지만 않으면 "저는 일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할 수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수첩도 아닌 그냥 이면지에 번호 적어 메모해두고

한 일들은 하나하나 줄을 긋는 일상을 살고 있는데

뭐.. 전부 다 줄을 긋는 일상은 아니지만,

열 몇 개 되는 해야할 일 중에서 한두 개 밖에 못 지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삶도 다시 한 번 응원하게 되었다.

수많은...(어쩌면 수가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영업자들..

내가 일하지 않으면 수입이 전혀 없을 프리랜서 자영업자들이 읽어보면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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