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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붙어 있으니 살아야겠고 - 무기력의 심리학
하타노 기요오.이나가키 가요코 지음, 김현숙 옮김, 박창호 감수 / 공명 / 2022년 7월
평점 :
제목이... 어쩜 이렇게 내 마음과 똑같을까..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은 '무기력의 심리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이렇게 나는 종종 무기력 상태에 빠지는 삶을 살고 있을 때가 많다.
사실 오늘 아침에도,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고,
나도 그 소리에 일찍 일어났고,
냉장고에 있던 국에 밥 말아서 준 덕분에 아침 식사 준비도 금방 끝내고,
그래서 아이들도 밥 먹고, 옷 입고, 이 닦고... 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는 시간 동안 TV 보자고 한 것도 나이고..
그런데, 그 남는 시간 동안 소파에 누워 있다가 깜빡 잠이 들어서
나는 또 평상시와 같이 아이들과 뛰어서 등원을 했고,
집에 돌아와서는 옷만 갈아 입고 바로 침대에 들어가 1시간을 자다 일어났다.
아무 것도 하기 싫다.
그냥, 정말로, 숨을 쉬고 있으니 살고 있는 그런 상태...
이 책은, 그냥 무기력에 빠진 사람이 쓴 에세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장을 넘겨보니 에세이는 아니고.. 전문가들이 무기력에 대해 쓴 책이었다.
그런데 1부 1장부터 정말 깜놀할 만한 내용이 나온다.
개도 무기력에 빠진다니...? 와...
동물을 키워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나는 개들은 항상 즐겁고.. 항상 뛰어다니고.. 뭐 그런 존재라고 생각했었는데
무기력에 빠질 수도 있구나.. 싶었다.
우는 아이를 그냥 두면, 아니 그냥 방치하면
울음을 그치고 조용해지는 것이 참을성이 길러진다거나 의젓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기력에서 오는 포기의 징후라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나는 어떻게 컸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대부분의 할머니들은 울어도 그냥 두면 된다고 하는 것 같은데 사실 그게 아이를 위한 게 아니라 본인을 위한 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그런데 정확하게는 무기력을 학습하는 거라니...
책을 읽다보니, 내가 겪는 무기력보다 아이들이 학습하게 될 무기력에 대한 부분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사실 나도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보니.. 아이들이 한마디만 해도 두 마디가 되고, 네 마디가 되고..
그러다보면, 대답을 못하게 되기도 하고 안하게 되기도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때마다 아이 표정을 본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무기력을 학습하고 있다는 책 속 말이 와닿았다..ㅠㅠ
아이가 실패했을 때, 거봐.. 안 될 거라고 했지..? 라던가,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나도 저런 식의 대화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도 했고..
사실 이 책은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생각해볼 거리들이 많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배울 점도 많았다.
숨은 붙어 있으니 살아야겠지만, 좀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