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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과 실성의 생활
정세진 지음 / 개미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표지가 너무 예쁘다. 개인적인 취향...ㅎㅎ
그런데 여자의 표정이 뭔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책 소개글을 보니 <엉망진창 빙글빙글 돌아가는 워킹맘 생활기>라고 적혀 있었다.
워킹맘...
나는 코로나가 터지면서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을 보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정말 하루하루가 엉망진창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작가 나이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일 것이고, 아이들 나이도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나 또한 아이를 낳으면서 엄마의 도움을 받게 되었는데,
그 전에는 "엄마한테 아이 안 맡길 거야! 걱정 마! 나 혼자 해!"라고 말하고는 했는데
사실 그때 마음은, '엄마한테 아이를 왜 맡겨.. 나처럼 똑같이 키울 수는 없어! 나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어!'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니... 그것도 쌍둥이를 낳고 나니, 엄마가 없으면 안 됐다.
당시 20평대 아파트에서 신랑과 둘이 살고 있었는데,
쌍둥이를 낳으니 넷이 되었고
거기에 엄마까지 와서 살기에는 방도 모자르고,
멀리 혼자 있어야 하는 아빠도 걱정 되고,
엄마가 우리 집에 있으면 적응하기도 힘들고 괜히 눈치 보인다는 이유로
나와 아이들은 친정으로 들어갔고, 신랑과는 주말 부부를 하게 됐다.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잘못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하는 그 선택은,
당시에는 그것밖에는 없어 보였다.
다시 아가씨 때로 돌아간 것처럼, 나는 직장에 출근을 했고,
교회 일이며, 친구들 만나는 일로 늘 바빴던 엄마는 아이 둘을 돌보게 됐으며,
신랑은 혼자서 출퇴근 하다가, 주말에 처갓댁에 와서 하룻밤 자고 가는 생활을 하게 됐는데
누가 눈치를 주는 것도 아닌데, 전부 다 눈치를 보면서 살아가는 상황이 펼쳐졌던 것이다.
그렇게 지지고볶고 살다가, 신랑이 이직하면서 친정 근처로 이사를 왔고
우리는 겨우 같이 살게 되었지만,
일하는 딸내미 때문에, 그리고 그동안 키운 손주 사랑 덕분에 이도저도 아닌 생활이 계속 되었던 것이다.
정말로 '성실과 실성의 생활'이었다고나 할까...
작가가 엄마에게 가벼운 패딩도 사 드리고, 베트남 여행도 보내드리고, 임플란트도 해 드리고 했던 것처럼
나도 엄마에게 김치 냉장고도 바꿔주고, 냉장고도 바꿔주고, 공기청정기도 들여주고, 온수매트도 사다주고, 기타 등등...
이게 돈이 모이는 건지 아닌지도 모를 그런 생활.
작가가 하는 이야기가 정말 다 내 이야기 같았다.
그리고, 딸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여러 생각들도 나와 비슷했다.
나는 딸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데, 바지를 사려고 하면 치마를 사야지..! 라는 잔소리를 듣는다던가
핑크색과 파란색밖에 없는 선택지에서 결국 나는 핑크색을 고르게 되어 버리는 상황이 펼쳐진다던가
결혼 전부터, 아이를 낳기도 전부터, 나는 캐릭터 치마는 절대 입히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어느날 아이들은 할머니가 사 준 겨울왕국 드레스를 치렁치렁 입고 나타난다던가..하는 그런 것들...
이 책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일을 하면서 가정을 돌봐야 하는
말 그대로, 워킹맘의 애환(?)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래서 나같은 여자들이 읽으면서 '맞아.. 나도 그랬어! 어머, 이건 나랑 똑같네!'라고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정말 제목처럼, 성실하게 살지만 실성이 반복되는.. 그런 하루하루..!
작가가 일기 쓰듯이 편한 문체로 글을 썼기 때문에 읽는 데에 어려움도 없기 때문에 술술 읽힌다.
오랜만에 동네 아줌마랑 편하게 수다 떤 느낌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