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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 나무처럼 단단히 초록처럼 고요히, 뜻밖의 존재들의 다정한 위로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4월
평점 :
봄이 되면 버릇처럼, 습관처럼.. 혹은 그런 것도 아닌데 그냥 화원과 꽃집에 들락거리게 된다.
매번 봄마다 다육이 등등 한아름 사와서 키우는데 그해 여름, 가을을 지나면 조금씩 시들고 결국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다 죽어버리는 일을 몇 년 째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잘 키워봐야지.. 하고는 아침마다, 혹은 생각날 때마다 물도 주고, 다이소에서 사온 화초 영양제도 뿌려주고 하는데도 잘 자라지 않고 죽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내가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사람인 것인지 우울해지기도 하고...
우리 집이 남향이 아니어서 그런 걸 거야! 라며 스스로 위안하기도 하는 일이 매 해 반복된다.
올해 봄에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딸기와 상추, 부추를 심은 모종(?) 화분을 가지고 왔다.
베란다에 놓고 아침마다 아이들과 물도 열심히 주었는데 주말을 넘기지 못하고 딸기, 상추, 부추는 모조리 죽어버렸다.
아이들이 속상해하고, 나도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고, 왜 또 죽는 것인지 이유를 알지 못해서 나도 속상하고...
다이소에서 상추 씨앗을 사온 후에, 앞으로 다시는 식물을 키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처박아 두었던 넓은 화불에 흙을 채워서 씨앗을 뿌려 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씨를 뿌리며 잘 자라기를 얼마나 마음을 다해 기도했는지 모른다.
주말이 지나자 새싹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고, 아이들은 신기해 했으며 나도 '이번에는 정말 잘 자라는 것인가? 그동안은 모종을 옮겨 심느라 뭐가 잘 안 맞아서 그랬던 건가? 씨앗을 뿌리면 잘 자라는 건가봐!'라고 생각을 하면서 매일 아침 물을 주고 정말 정성껏 돌봐 주었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 며칠... 잘 자라는 것 같았던 상추가 힘이 없이 자꾸 시들기만 한다.
다 자란 것도 아닌데... 이파리가 이제 겨우 나오기 시작한 것인데...
도대체 왜 죽어버리는지 알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하면서, 나는 또 속상했고, 좌절했고, 다짐했다.
다시는 또, 이렇게 또 식물을 키우지 않으리라고...!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얇은 에세이이다.
늘 푸른 초록의 계절과 꽃이 피고 지고 잎이 피고 지는 나무의 계절..이 머무는 곳에 살고 있는 저자가
식물이 건네는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 이야기를 적은 에세이.
겨울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봄을 지나, 여름을 건너, 가을을 맞이한다.
저자는 추운 단독 주택에 살면서 식물이 살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죽인 식물 만큼이나 망설이고 주저하느라 남겨둔 빈 화분이 많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주택에 살고 있다.
앞마당이 있지만 세민트로 메워버린 곳이어서 무엇을 심기는 힘들었겠지만 담벼락 아래에 벽독을 쌓아 작은 화단을 만들고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아파트도 마찬가지일 거다.
큰 화분을 들일 공간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베란다든 주방이든.. 어디든간에 식물을 놓고 그것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돌보고 키운다.
저자는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그 일상 안에 있는 식물 이야기를 전한다.
마음을 다해 식물을 대하면 죽을 것 같던 것들도 힘을 내어 살아내듯이
스러져가는 삶에도 마음을 다해주면 그 마음이 전달되어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봤지? 씨가 나무가 되는 거아."라는 부분에서는 솔직히 감동하기도 했지만,
정말 저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내 삶에서는 보지 못한 것들.. 하지 못한 경험들...
그런 것들을, 마음을 다해 식물을 키우면 해낼 수 있다는 소리...
"부디 우리 모두 Good Luck!"이라고 외치는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이 책을 읽은 모두,
그리고 나도...
식물을 키우지 못해도, 식물을 다 죽여내더라도,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자신을 키워볼 수 있기를...
스러져가는 스스로를 가꿔서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