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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 이어령의 서원시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3월
평점 :
이어령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어령 선생님이 쓴 책을 2권 정도 읽어봤었는데
모두 신앙에 관한 책이었다.
그러니 나는 그 전에 선생님이 쓴 많은 글들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하는 사람이다.
사실 이 책은 '서원시'라고 적혀 있어서
시집인가보다...생각했다.
그래서, 돌아가셨으니.. 선생님이 쓰신 시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펼쳐 보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시집은 아니고
긴 글 짧은 글이 섞여 있는 산문집이다.
그런데 왜 서원시..라고 적어 놓았는지 잘 모르겠다..
워낙 글을 잘 쓰시는 분으로 유명해서, 나는
'글이 어렵겠구나..' 생각했다. 게다가 시라고 하니까...
사실 예전에 읽었던 2권의 신앙서적도 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노령의 교수가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 읽히는 것을 보면서
젊은 사람들도 이어령 선생님이 쓴 글을 잘 읽을 수 있겠다.. 생각하기는 했었다.
이 책은 열 세가지 생각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이 책에 실린 글의 내용은 살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리해 놓은 것들이다.
작가의 주장을 강력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나 IT 기술, 책상 위에 놓인 장식품, 예전에 읽은 시의 제목, 나무의 나이테, 뽀빠이와 시금치, 성경, 벽에 걸린 달력, 올림픽 개폐회식, 지적재산권, 미키마우스와 피카추, 신을 잃었던 어렸을 적의 기억, 신발과 맨발,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까지 글 하나하나는 소소하다.
하나의 소재로 글이 연결되기도 하고,
과거의 기억을 되새겨 보기도 하고,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평화를 고민하기도 한다.
이 책은 '사고가 틀 속에 갇혀 있음을 깨달으려면 남이 도와줘야 할 것이다. 그런 목적으로 쓰인 글이다'라고 적혀 있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이면을 보게 하고,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라는 소리일 것이다.
그러니, 날개 이야기도 나오고,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이야기도 간간이 나오는 것일 테지.
나이 많은 작가의 글을 읽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일종의 편견을 깨는 작업이기도 했다.
나이가 많이 들었든 그렇지 않든,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데에는 나이같은 것은 중요치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