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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밤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지나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책 표지가 예쁘다.
<포근한 밤> 이라는 제목도 너무 좋았다.
작가 정보는 없이 표지와 제목만으로 고른 책인데,
책을 받고 보니 43년 중국에서 태어난 여자 작가의 책이었다.
싼마오 작가는 43년 중국 쓰촨 성 충칭에서 태어났고
48년에 부모를 따라 타이완으로 이주, 73년에는 북아프리카의 서사하라에서 스페인 남자와 결혼해 정착했다고 한다.
그러다 79년에 잠수 사고로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다시 타이완으로 돌아와 문화대학에서 문학 창작을 강의하다
48세의 젊다면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남은 생은 자꾸만 줄어드는데 어떻게 사는 것이 충만한 삶일까.
나는 이 세상을 뜨겁게 사랑한다. 영원히 죽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남겼던 것 같은데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생각으로 살았는지 알지 못하면서도
그녀의 죽음이 아쉽고 슬펐다.
이 책 앞부분에 나오는 '유럽 견문록'은 1973년 11월에,
'타이완에서 도약하다'는 1974년 1월에,
'뒤집힌 배에서 황학루를 보다'는 1974년 4월에 <실업세계>라는 잡지에,
그 이후에 나오는 '그해 겨울'은 1975년 1월에 <여성세계>라는 잡지에 실린 글이다.
그리고 책 중반부부터 나오는 작품들은 어디에 실렸던 것인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어쨌든 이 책은 싼마오 작가가 세계를 누비며 살면서 겪은 일들을 적어 놓았다.
1970년대에 해외여행은 쉽게 상상하기 힘든 그 시절,
동양인 여성이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살면서 겪은 이야기들이
소소하고, 생생하고, 약간은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나는 그 시절을 살아보지 못했으니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더 외국인, 특히 동양 여성에 대한 편견(?) 같은 것이 더 심하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싼마오는 어렵고 당황스러운 일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간다.
나는 그런 게 더 신기했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엉엉 울거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소리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담담히, 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모습이 되게 멋있다!
2022년을 살고 있는 나도 그렇게는 못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도 있었고.
'포근한 밤'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제목과는 달리 짠내 나는 일상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런 짠내 나는 세상을 당당히, 덤덤히, 뜨겁게 보낸 후에 보내는 밤은
얼마나 포근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