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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드라이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마키무라 노부로라는 초보 택시기사의 이야기이다. 그는 한 때 잘나가던 은행원으로 근무하기도 했지만 단 한 번의 말실수로 파견근무명령은 받게 되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43살인 노부로는 아내 리츠코와 딸 도모미, 아들 게이타와 살고 있다. 전직 은행원인 노부로는 새로운 직장을 물색하지만 결국 초보 택시운전 기사가 되고 만다. 택시 운전을 시작한지 삼개월, 어느 것 하나 익숙하지 않는 도쿄, 새로운 생활이 노부로에게 찾아온다.
처음엔 매일매일 할당된 택시 지입금을 내지 못해 하루 종일 허덕이고 스트레스로 뒤통수에 원형탈모까지 생겼다. 그리고 때때론 자신의 지갑에서 채워넣기도 했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 은행원 시절에 자신이 가족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 그는 느꼈다. 그의 가족 생활은 가족 생활대로 삐걱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도모미는 그가 말을 걸면 대꾸조차 하지 않았으며, 게이타는 매일 게임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런 노부로에게 '~라면' 하는 몽상은 하루의 즐거움과 현실의 고통을 덜어줄 위안이 된다. 택시 안에서 만난 손님에게 스카웃 제의를 받는 꿈을 꾸고, 과거 자신의 연인이었던 메구미와 연결되었다면 하는 꿈을 꾸면서 자신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다. 현실 부적응과 몽상에 사로잡혀, 인생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 그의 삶 속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난 전 여자친구인 메구미의 얼굴이 보고 싶었기 때문에 매일 메구미의 집 앞에 차를 세워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낮잠 자는 곳이 이 곳일 뿐이라고 위안을 했다. 그는 그 곳에 주차를 하고 있으면 대부분 장거리 손님을 태웠다. 그는 메구미가 자신의 행운의 여신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그는 지입금을 채울 수 있었고, 그는 택시 운전사들 중 돈을 잘 버는 톱이 되었다. 그러다 그녀의 집 마당에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와 메구미가 서 있는 것을 보고 그녀의 자식인지 궁금해 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 아이들이 그녀의 올케의 자식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메구미가 화단에 물을 주고 있는데 남자아이가 와서 귀찮게 굴었다. 노부로는 올케에게 구박을 받는 메구미가 불쌍해졌다. 그런데 그 때였다. 메구미가 남자아이의 슬리퍼 뒤를 밟아 아이가 넘어졌다.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메구미가 그 순간 웃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를 걱정하는 척 하다가 아이의 귀를 잡아 댕기면서 웃고 있었다. 그 순간 노부로는 메구미에 대해 그동안 키워왔던 망상이 깨져 버렸다. 그리고 꿈에서 메구미와의 결혼 생활을 꿈꿨는데 그녀가 아이에게 하던 행동을 자신에게 똑같이 하고 있었다. 그것도 기분나쁘게 웃으면서 말이다. 그 순간 노부로는 자신의 아내인 리츠코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노부로는 깨닫게 된다. 그리고 리츠코에게서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자신을 얼마나 생각해주는지 듣고서 노부로는 좋은 아빠가 되기로 결심한다. 노부로는 아들을 위한 야구 글러브와 딸을 위한 워크맨을 사게 된다. 몽상가 초보 택시 기사가 어느새 좋은 초보 아빠로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작고 초라한 택시를 운전하는 노부로에게서 우리가 살아갈 희망과 삶의 이유를 배울 수 있었다. 현실에 대한 불만, 과거에 대한 집착이 아닌 현실을 사랑하고 미래를 꿈꾸는 긍정의 힘을 얻을 수 있게 된것이다. 어디선가 '나, 다시 돌아갈래', 가 아닌 '나, 이제 행복해' 라는 노부로의 커다란 외침이 들리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