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책
로스 게이 지음, 김목인 옮김 / 필로우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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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제목이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앞세워 써 봤다. 책의 말미에 delight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또한 좋아 옮겨본다.

"빛으로부터 나온"이라는 뜻이며 그 어원이 맛있는 delicious, 즐거운 delectable과 연결되어 있다

근래 터프한 일정이 계속되어 고달픈 마음을 맛있는 걸로 많이 달랬는데, 맛있는 거 먹으면 또 금세 괜찮아지는 마음을 보며 '맛있는 것이란 대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던지라 위의 어원 설명이 깊이 공감이 되었다. 맛있는, 즐거운, 그리고 빛이라니 생각만으로도 벌써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이 책에 흥미를 가진 건 번역을 맡은 '김목인' 씨 때문인데, (목인 님 음악의 가사들, 그리고 직접 쓰신 글들도 좋아하기 때문에 번역을 맡은 작품에 대한 믿음도 자연히 가지게 되었달까) 역시는 역시ㅎㅎ 담백하고 소소한 미소 포인트들이 많아서 읽는 내내 은은한 기쁨이 함께했던 책이다.

책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저자인 '로스 게이(Ross Gay)'가 "매일 기쁨을 하나씩 1년 동안 써보자 !" 해서 모인 102편의 짤막한 에세이 모음집이다. 각각의 단편들 제목부터가 무척이나 재기 발랄해서 제목을 한 번 죽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 (정말로)



목인 님이 번역 후기에 남겨주시기도 했지만 감사 일기 썼을 때의 효과처럼(처음에는 감사할 일을 하나도 못 찾다가 날이 갈수록 순식간에 많은 감사 목록을 채우게 되는 바로 그 효과) 기쁨을 찾아내는 로스 게이의 센서 역시 뒤로 갈수록 활성화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직접 글을 쓰지 않았지만 로스 게이의 글을 읽는 독자에게도 같은 효과가 발휘된다는 것.

그렇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문득 기쁨을 감지하고 누리는 때가 많아졌어요. 기쁨의 허들을 낮춰준달까… 땅굴 파고 들어가는 이야기 읽을 때랑은 또 다른 매력과 장점을 『기쁨의 책』은 가지고 있었다.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명의 빛과 기쁨이 있을 터이니,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감화되는 부분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미소 짓지 않을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포인트는 미소다. 한바탕 왁자지껄 웃거나 박장대소하는 것과는 다른… 어떤 사람과 작은 기쁨을 함께 나누었을 때 그 순간 주고받는 눈짓이나 빙그레 짓는 미소, 그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감상이자 이미지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빙그레 미소가 늘 귀하고, 필요한 사람이다. 가능하면 매일 곁에 있었으면 싶고. 그런 사람에게 이 책은 좋은 연습 친구가 되어준다. 그냥 매일 잠시 남는 시간에 『기쁨의 책』을 한두 쪽 읽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기쁨과 미소는 쉽게 채울 수 있으니.

오늘 나의 기쁨은 이 책을 완독한 것, 비가 와서 비교적 한산했던 카페, 점심으로 먹은 맛있는 새우 완탕면, 종업원과 눈을 맞추며 감사 인사를 전하던 순간, 집에 와서 간식으로 먹은 따끈한 가래떡, 지금 이 서평을 쓰는 컴퓨터 화면 뒤에 기대어 누워 있는 우리집 고양이…… (끝없이 이어지는 목록을 보니 아무래도 연습이 너무 성공적이었나 보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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